▲드라마 '알 함브라 궁전' ⓒtvN화면캡쳐
▲드라마 '알 함브라 궁전' ⓒtvN화면캡쳐

- MMORPG게임이 소재...게임이 한국 대중문화의 주류로 자라잡았다는 신호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편집위원] 지난 주말부터 tvN에서 방영을 시작한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6일부터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초기 화면에 나타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미지를 보고 드는 생각은 한국의 TV드라마도 이제는 국제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드라마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부에 대해 넷플릭스 규제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일반인들, 특히 젊은이들은 넷플릭스에 친숙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 넷플릭스로 영화나 미드 등을 보는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는 요즘이다. 한국의 TV도 안방극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은 드라마를 제작하여 미드나 일드에 맞서 경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제작비나 소재의 제한 때문에 미드에 당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1백억원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반면에 한국에서 인기높은 ‘왕좌의 게임’, ‘브레이킹 베드’, ‘나르코스’, 인기높은 코믹인 마블의 주인공들인 ‘제니퍼 존스’ 등의 미드는 제작비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급의 예산을 들인다고 한다.

돈으로만 비교한다면 지상파 3사가 구조조정을 하고 하나로 통합해도 넷플릭스와 경쟁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코드를 찾아내서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tvN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그런 측면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수작이라고 본다. 이 드라마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지난 주말 방영 직후 온라인에서 받았던 뜨거운 호평을 나중에까지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이전의 다른 드라마들과는 분명히 다른 점을 보여주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본다.

 

첫째, MMORPG 게임을 소재로 했다는 점

▲드라마 '알 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주인공 진우의 게임 속 시선ⓒtvN화면캡쳐
▲드라마 '알 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주인공 진우의 게임 속 시선ⓒtvN화면캡쳐

한국은 게임대국이다. 지난 정부 이래로 각종 규제에 억눌려 신음하고 있지만 게임은 한국 젊은이들의 세계 최정상의 수준에서 경쟁하는 거의 유일한 산업분야이다. 그만큼 한국 젊은이들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이 많이 발휘되는 분야이고 그만큼 자부심도 강하다. 인기 미드였던 ‘빅뱅’에서 천재주인공들의 방에는 한국 게임 ‘리니지’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베틀그라운드’는 최근에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높았던 게임이다. 게임 중에서도 한국은 MMORPG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MMORPG게임을 소재로 하였다. 게임을 즐기고 자부심을 느끼는 젊은이들에게 호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게임이 한국 대중문화의 주류로 자라잡았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주인공 진우(현빈)와 희주(박신혜)의 러브라인이 줄거리이다. 자칫 뻔하다고 생각하며 지나칠 러브스토리를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MMORPG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끼워넣었다. 참신하고 신선하다고 생각된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는 MMORPG를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끼는 렌즈로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둘째, 드라마와 배경의 조화

▲주인공 진우는 그라나다의 밤거리에서 중세 병사와 칼사움을 벌인다. ⓒtvN화면캡쳐
▲주인공 진우는 그라나다의 밤거리에서 중세 병사와 칼사움을 벌인다. ⓒtvN화면캡쳐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배경은 스페인의 그라나다이다. 그라나다에는 알함브라 궁전이 있다.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을 통치하던 이슬람 왕조가 건설한 요새이자 궁전이다. 그라나다는 중세 유럽에서 스페인의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전쟁을 벌였던 장소이다. 도처에 이슬람 유적은 물론 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는 고풍스런 도시이다. MMORPG게임의 절대 다수는 배경이 중세이다. 이러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좋아할만한 도시이다. 

주인공 진우가 그라나다 거리에서 중세 이슬람 병사와 칼싸움을 하는 장면이 CG로 나온다.  CG 장면은 너무 많이 나오면 흥미가 떨어지지만, 제작비를 아낀다고 너무 적게 나오면 재미가 없어진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CG장면을 적절히 사용한 것 같다. 앞으로는 주인공 진우와 연적인 형석(박훈)과의 게임 속 대결이 기대된다.

 

셋째, 현빈의 연기

▲현빈 ⓒtvN화면캡쳐
▲현빈 ⓒtvN화면캡쳐

주인공 현빈은 2010년 sbs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당대의 여심을 뒤흔들었던 스타이다. ‘시크릿 가든’의 시청률은 35%를 넘어서기도 하였다. 현빈은 그 후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시크릿 가든’ 만큼의 대박인기는 누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알 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는 거의 그때의 모습 그래도 생기발랄한 연기를 펼친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이제 2회 방영되었다. 현빈의 연기력과 그라나나의 이국적인 풍광, 그리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소재로 한 점 등이 어우러져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멋보다도 컴퓨터 게임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대중문화의 주류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것 같아 반갑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끝까지 성공한다면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구시대적 드라마를 청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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