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코오롱 그룹 이웅열 회장이 전격 퇴임을 선언했다. ⓒ코오롱 그룹
▲28일 코오롱 그룹 이웅열 회장이 전격 퇴임을 선언했다. ⓒ코오롱 그룹

- 예고없는 깜짝 퇴임발표..."지금 아니면 용기 못 낼 것 같아"

- 후임 회장직은 공석, 지주사 중심 운영…사장협의체 현안 조율

- 4세 경영 준비...이규호 전무 패션부문 총괄 경영수업 시작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23년 간 코오롱그룹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이 내년부터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28일 선언했다. 코오롱그룹은 후임 회장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두고 내년부터는 지주회사 중심으로 운영한다. 또한 그룹 현안은 주요 사장단 협의체를 통해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코오롱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이 내년 1월 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 타워에서 열린 임직원 행사에서 예고 없이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이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 퇴임을 공식화했다. 이 회장은 글을 통해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면서 창업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 회장은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시간이 더 지났다"면서 '시불가실(時不可失·한번 지난 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한 뒤 "지금이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며,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다 내려놓는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아들 이동찬 명예회장의 1남 5녀 중 외아들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코오롱 입사후 1991년 부회장, 5년 후인 1996년에는 회장에 취임하면서 선대에 이은 '3세 경영'을 시작했다. 코오롱그룹 측은 이 회장에 대한 별도의 퇴임식은 없다고 전했다.

코오롱그룹은 회장직은 공석으로 둔 채 내년부터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One & Only)위원회'를 두고 그룹의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2019년도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코오롱의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지주회사를 이끌도록 했다. 유 사장은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도 겸임한다.

 

한편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이 전무는 그룹의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등 경영수업을 쌓아 머지않은 미래에 ‘4세 경영자’로서 코오롱그룹을 이끌어가게 될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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