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본사ⓒ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 본사ⓒ국민연금공단

-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했을 때의 “국민”은 아마도 3040이 아닐까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편집위원]

‘문재인 대통령, 정부 국민연금 개편안 퇴짜 - 대통령 격노에 실무진 멘붕’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을 막고, 노후 수령액을 늘리기 위하여 마련한 보험료율 인상안을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한 7일 대부분의 언론들은 관련 기사에 위와 같은 제목을 달았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개편안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2~15%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놓았다.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안 중 어느 부분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보험료 인상이 제일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서 말하는 ‘국민’이 5천만 국민 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선 국민연금을 더 이상 내지 않고 타기만 하는 60대 이상의 국민들은 보험료율 인상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많이많이 내줄수록 좋아할 것이다. 

은퇴를 앞둔 50대 국민들도 보험료율 인상을 대개는 용인할 것이다. 국민연금보험금을 낼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조만간 받기 시작한다. 50대의 대다수는 곧 닥치게 되는 자신들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라도 젊은 사람들이 보험금을 많이 내서 국민연금 적립금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돈보다 2배 이상을 지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수익률로 따지면 은행예금보다 좋은 것은 물론이고 세계 최고 수준이다. 60대 이상 국민들은 분명히 혜택을 받아왔다. '용돈연금'이라고 해도 자기들이 낸 돈보다 2배 이상 받고 있다. 50대들도 이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 때문에 50~60대 들의 국민연금 추납자들이 요즘에도 줄을 잇는다. 추납자란 국민연금보험료를 내지 않다가 뒤늦게 노후대비를 위해 이른바 '추후납부제도'를 통해 국민연금에 재가입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둔 50~60대 경력단절 무소득 배우자들의 추납신청 대열이 두드러진다.

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추납 신청자가 올해 들어 8월 말 현재 86,52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추납 신청자도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원래 추납은 국민연금에 가입했으나 실직, 휴·폐업 등으로 보험료를 낼 수 없었던 '납부예외자'만 신청할 수 있었고, 경력단절여성 등 '적용제외자'는 추납할 수 없었다. 그런데 2016년 11월 30일부터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둔 경력단절 전업주부(경단녀) 등 무소득 배우자도 추납을 통해 국민연금에 가입할 길이 열렸다. 그러면서 5060 베이비부머 중심으로 추납 신청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런 무소득 배우자는 438만명에 달한다. 

이는 연령별, 성별 추납현황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18년 8월 말 현재 추납신청자 86,521명 중에서 여성이 59,315명(68.6%), 남성이 27,206명(31.4%)으로 여성이 남성의 2배 정도로 많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38,696명(44.7%), 50대 35,571명(41.1%)으로 5060세대가 85.8%이다. 40대 8,816명(10.2%), 30대 2,944명(3.4%)이며, 20대 494명(0.6%) 등이다. 20~40대는 매우 적다. 

국민연금보험율 인상은 12%든 15%든 5060들의 눈높이에는 어긋나는 일이 결코 아니다. 

▲국민연금개편 과정에 3040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PIXABAY
▲국민연금개편 과정에 3040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PIXABAY

반면 월급쟁이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30~40대에서는 당장 급여에서 극민연금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쌀값 등 대부분의 물가도 오르고 각종 세금도 많이 올랐다. 자녀 학비도 오른다. 문케어 때문에 건강보험료도 오른다. 여기에다 국민연금보험료율까지 9%에서 12~15%로 대폭 인상되면 쓸 돈이 너무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3040들은 국민연금의 장래에 대한 불신도 강한 듯 하다. 국민연금 고갈이라는 말도 나오고 적립금 운용 수익률도 별로 좋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인구가 대폭 줄어들고 고용도 줄어든다. 지금 월급에서 12~15%씩 내서 5060들 주머니에 연금을 채워준 다음에 나중에 자신들은 지금의 10~20대들로부터  도대체 얼마를 걷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음과 같은 온라인 댓글들을 보면 3040들의 불신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나같은 30대는 어차피 연금 못받을거 알고 있다. 오죽하면 국민연금을 준조세라고 할까. 지금 13%든 15%든 올려서 소득대체율 50% 맞추겠다는  X소리좀 안했으면 좋겠다. 5년후 추계 때는 또 인구구조가 어쩌고 하면서 보험료 더 올릴꺼자나. 선택가입제로 이 사기극을 이번에 끝냈으면 한다. 아니면 그냥 냅두던지. 최저임금인상? 보통의 월급쟁이라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1도 없고, 보험료율 올라가면 내 실질소득만 감소하는데. 경제 참 활성화되겠다 그치?”

“아니 세금 낼 젊은이들은 계속 줄고있고 연금 받을 노인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 무슨수로 연금을 계속 받는다 말인가? 게다가 기초연금마저 대폭 인상한다는데~~완전 사회주의국가다. 전 국민을 모두 가난하게 만든다.”

 

온라인을 살펴보면 스스로를 3040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30~40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했을 때의 “국민”은 아마도 3040이 아닐까 한다.

대통령이 인기를 의식하여 보험료율 인상안을 거부했다고 비판하는 언론들도 있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도 아니다. 국민연금보험료율 인상은 결국 3040과 1020들에 대한 선별적 증세라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덜 내고 더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로 실무진들이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고 전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8개월간 개선안을 마련해온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들은 “덜 내고 더 받는 방법은 없다”며 “현재 대통령이 가진 인식으로는 연금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며 반기를 들었던 일이 떠오를 정도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해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동시에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5060세대와 3040세대가  다를 것이다. 특히 앞으로 인상분을 부담해야 하는 3040 세대의 합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새롭게 개편안을 논의할 때에는 3040의 의견을 크게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아예 3040세대에게 개편을 전담토록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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