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용
▲ⓒ우석용

가을, 도시를 걷다

가을이 내린 도시를 홀로 걷는다
바람보다 먼저 오는 소리보다도
낙엽을 몰고 오는 바람보다도
그 바람에 날려가는 낙엽보다도
더 천천히 걷는다
이 도시에서 나보다 더 느린 걸음은 없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가을이 지나는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방정 맞은 바람이 눈치 채고
장난스레 귓볼을 스치며 지나간다

바람을 따라 지하로 들어간다
사방이 모두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모든 빛은 부딪히고 다시 태어나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
오로지 나만 홀로 검은 점으로 존재한다
이 지하에서 나보다 더 어두운 호흡은 없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유리 의자에 앉아 있다
대리석에 부딪혀 튀어오른 빛이 눈치 채고
장난스레 엉덩이를 스치며 간다

20161029 우석용

 

[SR(에스알)타임스 우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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