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노인이 인턴으로 근무하는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70노인이 인턴으로 근무하는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 "오늘날 70세의 평균 걸음속도는 20년 전의 50대 수준입니다. "

- 미래의 젊은 세대가 노인들을 위하여 엄청난 액수의 연금을 내줄리도 만무하다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편집위원]

일본 경제는 요즘 초호황이다. 실업자가 100만을 넘는 고용대란이 1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한국과는 크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여당의 이해찬 대표가 “언제 경제가 좋았던 적이 있냐”고 했지만, 일본 경제도 잃어버린 20년을 지내고 살아났다. 정부의 능력에 따라 국가 경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18일 한국경제신문 온라인판을 통해 일본 아베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리는 이토 모토시게(伊藤元重) 도쿄대 명예교수(현 가쿠슈인대 교수)의 인터뷰를 읽었다.

이토 교수는 일본의 성공을 소개하기도 했지만 한국에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브랜드가 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오히려 경제를 죽이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공평분배라는 정부 능력을 넘어서는 목표를 추구할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분배와 격차해소 문제 등을 둘러싼 사회적 마찰이 워낙 격렬해 경제를 발전시킬 가속페달을 밟고 싶어도 밟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손쉬운 정치적 슬로건에 얽매여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인, 언론, 지식인들 중 일부는 “분배와 격차해소 문제 등을 둘러싼 사회적 마찰”을 오히려 과장하고 증폭시키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며 지지세력을 만들어 온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토 교수의 이러한 조언은 한국 내에서도 이미 귀가 닳도록 나온 이야기들이다. 안타깝다는 느낌이다. 

 

이토 교수 인터뷰 가운데 새롭게 다가온 내용은 인구의 고령화를 대하는 다음과 같은 입장이다. 

“인구는 중요한 문제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경제가 성장하는 데는 인구보다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중요합니다. 인구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베노믹스 도입 이후 일본에선 6년째 노동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일본은 앞으로 20~30년간 계속 젊어질 것입니다. 오늘날 70세의 평균 걸음속도는 20년 전의 50대 수준입니다. 숫자로는 고령화됐지만 실질 측면에선 노동력의 연령이 젊어진 셈입니다.”

일본의 정년은 60세지만 기업들에게는 65세까지 고용할 것을 의무화하였다. 그리고 이를 다시 70세로 연장할 예정이다. 이토 교수의 발언을 보면 70세까지 근무하게 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일손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노인들의 체력 향상도 원인이 된다. 일본 노인들이 육체적으로 20년쯤 젊어졌다는 이야기다.

 

이토 교수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들이 젊어지고 있다는 것은 주위를 살펴보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노인들을 자주 대하게 된다. 요즘에는 안경도 쓰지 않고 스마트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자판을 치는 노인들이 많다. 누가 자리를 양보해도 사양하고 서서 가는 노인들도 많다.

얼마전 수도권 골프장을 자주 다니는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75세만 넘으면 드라이버 비거리가 확 떨어졌는데, 요즘에는 85세까지는 비거리가 줄지 않습니다. 노인들의 체력이 갑자기 좋아지신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요즘 택시운전기사의 태반은 70노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에도 체력을 뽐내는 노인들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0살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유세기간 내내 자신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스태미나”가 월등하다고 뽐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7세이지만 여전히 웃통 벗고 사진 찍어 공개한다.

 

많은 나라에서 정년은 60세이다. 이는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 인간의 평균수명이 60세일 때 정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2016년 현재 82.4세이다. 그리고 수명은 꾸준히 늘어난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미국 제약회사 MSD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은 “한국이 평균수명 90세를 돌파하는 최초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나라 연도별 평균수명ⓒ 통게청
▲우리나라 연도별 평균수명ⓒ 통게청

60세 정년이면 퇴직 후에 30년간 연금을 받고 살아간다는 말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공무원연금이든 군인연금이든 국민연금이든 연금생활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줄어드는 젊은 세대가 내주는 연금으로 30년을 살아간다는 말이다. 국민연금을 매달 100만원씩 받도록 설계한다는데, 단순한 계산으로도 30년이면 3억6,000만원이다. 고위 공직자나 전역한 군 간부가 연금을 30년간 매달 300만원씩 받는다면 총액은 10억원을 가뿐하게 넘긴다. 헌법재판소장은 퇴직 후 매달 720만원씩 연금을 받는다. 연봉 1억원에 가깝다. 70세에 정년퇴직하여 90살까지 살면 도대체 얼마를 받게 되는가.

 

지금도 모자라고, 적자인 연금을 나중에 젊은 세대가 감당하게 만들 수는 없다. 또 미래의 젊은 세대가 노인들을 위하여 이토록 엄청난 액수의 연금을 내줄리도 만무하다.  

해결책은 이토 교수 말대로 좋아진 체력을 바탕으로 가급적 오래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나라 노인빈곤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이다. 노인들의 일자리 수요 충족률은 42% 수준에 불과하다. 미래의 청장년들을 위해서도 청년 일자리 대책 못지않게 노인일자리 대책이 중요하다. 노인들이 일을 잘 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건강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건강수명도 늘려야 한다. 물론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도 연금 더 걷는 것보다는 노인들에게 일자리 만들어 주는 게 국가경제에도 좋고 젊은 세대들에게 부담도 적은, 훨씬 싸게 먹히는 일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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