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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거래일 동안 외국인투자자는 1조8,000억원 매도...코스피 1년 5개월만에 최저점

- 한미 금리격차, 미중 무역전쟁, 얼어붙은 내수 등이 원인

- 전문가들,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자세 유지" 당부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편집위원] 한국에서 외국인들의 자본 이탈(캐피털 플라이트)이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10일 한국 증시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7거래일째 하락하며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22포인트(1.12%) 내린 2,228.61로 마쳤다. 지난 8월 16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 2,240.80을 갈아치웠다. 작년 5월2일 2,219.67를 기록한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코스피 지수가 이처럼 크게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의 매도세 때문이다. 코스피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달 28일 2,249억원을 매도한 이후 10일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 팔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7거래일 동안 외국인투자자는 약 1조8,000억원을 매도했다. 다음은 지난 7거래일 날짜별 외국인 투자자 매도 액수이다. 

날짜 매도액
9월28일 -2,249 억원
10월1일 -541억원
10월2일 -2,411억원
10월4일 -5,294억원
10월5일 -3,307억원
10월8일 -1,782억원
10월10일 -2,296억원

 

외국인의 캐피털 플라이트가 지속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 미국과의 금리격차이다. 한국의 금리는 미국보다 0.75 퍼센트 포인트나 낮다. 또 미국은 연말에 또다시 금리를 인상시킬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자본을 빼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정책성명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올 12월에도 0.25%p 인상을 시사했다. 뿐만 아니라 2019년 중 세 차례, 2020년 중 한 차례 등 앞으로 다섯 차례 이상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한국에서 외국인의 자본이탈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국내 가계부채가 1,500조원이나 된다는 점을 들어 금리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올 연말에 1%포이트에 다다를 수도 있다.

둘째, 미중간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안감 확산도 외국인의 캐피털 플라이트를 기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10일 현재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보는 수준으로 인상되고 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중국의 수출 상품 전 종목에 대해 최대 100% 까지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부분적으로 25%의 관세를 맞고 있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등으로 중국 수출경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셋째, 국내 내수경기가 좋지 못한 것도 외국인 자본이탈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2.9%에서 2.6%로 0.3%포인트나 내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0일 발표한 'KDI경제동향'에서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이 이어지며 내수경기가 얼어붙었다고 진단했다. 투자와 고용, 소비가 막혀 우리경제가 삼중고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KDI는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투자감소와 고용부진으로 인해 내수 흐름이 정체돼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투자부문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월대비 설비투자는 지난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KDI는 "건설수주도 큰 폭으로 축소돼 감소세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소비도 상황도 좋지 않다. 8월 소매판매는 전월과 보합세를 유지하는데 그쳤다. KDI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증가세가 유지됐으나, 서비스를 포함한 전반적인 소비 개선 흐름은 완만하다"고 판단했다.

고용시장도 여전히 어렵다.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은 5,000명에 그쳤다. 8월에는 3,000명으로 더 떨어졌다. KDI는 "취업자 증가폭이 미미한 가운데,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예정한 것도 투자자들에게는 실망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 자본이탈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요소들 가운데 단기간에 해소될 것은 별로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보수적인 투자 자세를 유지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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