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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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 - 가을을 기다리며

산에서는 나비가 편지를 배달한다
이 사실을 꽃들도 알고 벌들도 안다
심술쟁이 벌들도 왠만해선 나비를 괴롭히지 않는다
벌들도 사랑의 마음을 전달해야 하니까
어제는 하얀 나비가 나에게 들렀다
엉거주춤 줄 편지가 없어 망설이는 나를 보더라
그 측은한 눈빛이라니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듯
무작정 추억의 편지를 쓰기엔 나비가 너무 고생할 듯하고 그렇다고
마른 우물에 됫박질을 할 수도 없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냥 슬쩍 망초가 부친 편지를 읽어 본다
한 여름 동네 공원엔 망초들 천지다
하얀 날씬쟁이 망초는 키가 1미터쯤 자랐다
번식력이 좋아 공원 전체가 망초로 덮였다
친구들이 많으니 얼마나 신이 날까
끝나가는 여름 괜시리 나비만 나쁘다
핑계꺼리를 찾았다
"나비야 네가 너무 힘드니, 가을이 오면 편지를 부칠께~^^"
그렇게 간신히 나비를 돌려 보냈다
버스가 청계산 근처에 닿았다
오늘은 어떤 멋진 친구들을 만날까
구름이 살짝 흩뿌려진 하늘이라 등산하기에 더 없이 좋은 날이다
가을엔 역시 편지가 제격이다

20170819토 우석용

 

[SR(에스알)타임스 우석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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