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서울역', 오른쪽은 '임시동거' 포스터 ⓒ 영화사
▲왼쪽은 '서울역', 오른쪽은 '임시동거' 포스터 ⓒ 영화사

- 연상호 감독의 한국 애니 '서울역'...서울의 주택난에 대한 알레고리

- 홍콩 영화 '임시동거'...돈보다 사랑이 소중함을 확인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기자]요즘 서울 집값의 폭등세가 지속되면서 정부의 무능을 비난하는 원성이 자자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이게 다 투기꾼들 때문”이라고 성내며 도처에 세금 폭탄을 투척하기에 여념이 없다.

사실 부동산값이 오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서울에 집이 모자라기 때문이기도 하고, 돈이 많이 풀린 때문이기도 하고,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원인 분석은 하지 않고 당장 오르는 집값만 쳐다보고 있으니 분노가 치미는 게 인지상정이다. 

최근 한 언론에는 남편 학비 대느라 집사기를 미룬 가족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1년 사이에 집값이 1억원이 올랐으니 집사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집값 폭등 때문에 울화병이 도진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언론은 전했다.

집값폭등과 주택난은 각국의 영화에서도 단골 소재이다.

2016년 한국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서울의 주택난에 대한 알레고리를 충격적으로 영상화한 작품이었다. ‘서울역’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연상호 감독의 좀비영화 ‘부산행’의 프리퀄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관객들이 궁금하게 여기던 의문, 도대체 서울에서 좀비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에 답을 ‘서울역’에서 제시한다.

연상호 감독이 제시한 좀비 발생 원인은 주택난이다. 애니 제목 ‘서울역’에서도 함축되어 있지만, 좀비는 서울역에서 있는 노숙자한테서 처음 발생한다. 노숙자는 집이 없는 사람이다.

▲'서울역'의 한 장면. 여관주인이 혜선에 밀린 여관비를 독촉한다. ⓒ영화사
▲'서울역'의 한 장면. 여관주인이 혜선에 밀린 여관비를 독촉한다. ⓒ영화사

'서울역'의 주인공 혜선은 가출소녀이며, 여관에서 살고 있지만 숙박료가 밀려 있다. 영화에서는 혜선-기웅이 커플은 좀비를 피해 쫓겨다닌다. 그러나 혜선의 처지는 마치 집이 없어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2030의 처지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모델하우스에서 벌어진다. 좀비를 피해 도망다니다 상처를 입고 이미 좀비가 된 혜선은 화려한 모델하우스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포주를 물어 좀비로 만들어버린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 ‘서울역’에서 처음 좀비가 된 노인 노숙자와 집없는 혜선의 입장에서 무시무시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과 상반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가 2014년에 상영된 홍콩 영화 ‘임시동거’ (临时同居, Temporary Family) 아닐까 한다. 이 영화는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홍콩에서 집값 폭등을 이용해 돈을 벌어보려는 홍콩 주민들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렸다.

홍콩에서 집값이 폭등세를 지속하자 4명의 주인공들이 매매차익을 노리고 한 아파트에 임시동거하게 된다.

주모자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일하는 원룽(장가휘)이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스튜어디스인 애인이 좋은 집을 요구하자 막대한 매매차익을 노리고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하려 한다. 그런데 구입자금이 모자라자 3명을 끌어들인다.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은 여자, 중국 재벌의 어린 아들, 그리고 자신의 전처의 딸 등이다.

 

이 4인은 공동구매한 아파트에서 임시동거를 하게 된다. 그런데 홍콩 당국이 집값 급등 대책으로 부동산 구입자에게 세금을 몰리는 정책을 발표한다. 4인은 매매차익을 거두기는 어렵다고 보고 손해를 보지 않고 집을 팔기로 결정한다. 이를 위해 낮에는 빈집처럼 보이게 하는 등 코믹한 소동을 벌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네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며 아픈 마음을 위로한다. 나중에는 증년은 중년끼리, 젊은이는 젊은이들끼리 사랑을 찾게 된다. 4인은 해외에서 온 거부에게 싼값에 집을 판다. 그리고 그 집값이 두 배 올랐다는 자막이 나온다.

▲'임시동거'의 한 장면.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고 기뻐하고 있다. ⓒ
▲'임시동거'의 한 장면.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고 기뻐하고 있다. ⓒ

주인공 원룽 등 아파트에 투자했던 네 사람의 임시동거인들은 매매차익은 거두지 못했지만, 각자에 소중한 사랑을 찾게 된다. 영화에서는 이들이 모두 배낭을 매고 즐거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젊은 커플은 배낭을 매고 아프리카를 여행한다. 주인공 커플도 홍콩에서지만 배낭을 매고 뛰어다니며 즐거워 한다. 집을 내주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하지만 배낭 안에는 무엇보다 소중한 사랑과 행복이 담겨 있다는 메시지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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