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균관대 안대희 교수, "원숭이 기병대 실제활약" 주장...과학적 근거 제시는 없어

-  부산대 조흥국 교수, 명신종실록(明神宗實錄) 바탕으로 아유타야 병사 참전 가능성 제기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기자]

임진왜란 기간 동안 원숭이들이 말을 타고 왜군과 싸웠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균관대 안대희 교수는 이에 관한 연구논문 ‘소사전투에서 활약한 원숭이 기병대의 실체’를 역사비평 가을호에 발표했다고 한국일보가 6일 보도했다. (지난 6월 13일 자 동아닷컴에도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린 바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안 교수가 논문에세 원숭이로 구성된 전투부대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문헌상의 근거는 3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이중환(1690~1756)의 택리지(擇里志)를 근거로 든다. 1597년 정유재란이 발발하자 지금의 천안인 소사 전투에서 명나라의 양호 장군이 승리해 일본군의 북진을 차단했다. 이중환은 이 전투와 관련 이렇게 썼다. “거리가 100여 보가 되기 직전에 먼저 교란용 원숭이를 풀어놓았다. 원숭이는 말을 타고 말에 채찍을 가해서 적진으로 돌진하였다. (중략) 적진으로 바짝 다가서자 원숭이는 말에서 내려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왜적들은 원숭이를 사로잡거나 때려잡으려 하였으나 원숭이는 몸을 숨기고 도망 다니기를 잘해서 진영을 꿰뚫고 지나갔다.” 소사 전투는 평양, 행주산성 전투와 함께 임진왜란 시기 육군의 삼대첩(三大捷)으로 꼽힌다.

소사 전투의 승장, 양호 장군을 칭송하기 위해 왕명을 받아 연암 박지원이 지은 글 ‘경리 양호 치제문’에도 “농원삼백( 猿三百)이 말을 달렸다”는 구절이 나온다. ‘적진을 교란하는, 300마리의 원숭이 부대’가 있었다는 얘기다.

 

둘째는 의병장 조경남(1570~1641)이 쓴 ‘난중잡록’이다. 소사 전투 이후 남원으로 집결 중이던 사명당 부대를 묘사하는 대목이 있다. 여기에도 “초원(楚猿) 4마리가 있어 말을 타고 다루는 솜씨가 사람과 같았다. 몸뚱이는 큰 고양이를 닮았다”는 구절이 있다. 초원이란 중국 남부에서 온 원숭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신녕현감을 지낸 손기양(1559~1617)이 남긴 일기에도 ‘초원’이 나타난다고 한다. 집안의 종을 사명당 부대에 보냈던 모양인데, 그 종이 돌아와서는 “(사명당) 군대의 위용이 장엄하고 또한 초원(楚猿)과 낙타가 있는데 원숭이는 능히 적진으로 돌진할 수 있고”라고 보고했다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셋째는 안동의 풍산 김씨 문중에 전하는 그림 ‘천조장사전별도(天朝裝士餞別圖)’이다. 제목 그대로 전쟁 뒤 명나라 군인들이 귀국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이다. 그림 왼쪽 아래를 보면 ‘원병삼백(猿兵三百)’이란 깃발 아래 원숭이가 그려져 있다. 그림에 대한 설명문을 보면 14만2,305명의 명나라 군사가 살아 돌아간다는 설명과 함께 “형초(荊楚)의 청원(靑猿) 300명은 본디 양호가 인솔해왔는데, 직산(소사)전투에서 기용하여 크게 승리를 거두었다”는 구절이 있다.

▲천조장사별전도ⓒ
▲천조장사별전도ⓒ

안 교수는 “10여년 전 ‘천조장사전별도’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원병’을 다들 ‘날랜 병사’ 혹은 ‘변장한 병사’쯤으로 이해했다”면서 “그러나 여러 문헌을 볼 때 ‘원숭이 부대’가 실존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고 한국일보는 보도했다. 명나라 장수 양호가 중국 남부의 원숭이 기병대를 이끌고 참전했고, 명나라 내부 문제로 양호가 본국으로 소환되자, 원숭이 기병대는 사명당 부대로 이관됐다는 설명이다.

 

원숭이가 전쟁에 참가했다는 안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류 역사는 물론 지구의 역사, 나아가서는 우주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원숭이를 훈련시켜 전쟁에 참가하게 만들 수가 있을까? 원숭이가 말을 탄 기병이 되어 말을 타고 적진으로 돌진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절대 불가능하다.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에도 없고, 미래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를 보고 너무 과도한 상상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동남아에서 원숭이를 훈련시켜 야자열매를 따도록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지만 전쟁에 이용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태국이나 캄보디아에서 예전에 코끼리를 전쟁에 동원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원숭이 군대에 관한 이야기는 그 나라 사람들의 전설에서나 나온다. 실전 기록은 없다.

안 교수도 원숭이의 참전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세번째 근거로 사용된 그림 '천조장사전별도' 중 '원병삼백(猿兵三百)'이 나오는 부분을 살펴 보자.

 

'원병삼백'이라고 쓰인 깃발 아래 그려진 존재들은 하나같이 팔다리가 모두 길고 사람처럼 직립을 하는 모습이다. 원숭이 군대라는 이름은 붙였지만 원숭이와는 다른, 사람과 비슷한 신체구조이다. 깃발도 들고, 창도 들고, 질서정연하게 행진한다. 우두머리가 대열 바깥에서 지시를 내리는 듯이 보인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원병삼백' 그림 왼편 위에는 수레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붉은 글씨로 '해귀(海鬼)'라고 칭해놓고 있다. 이 사람들은 포르투갈 용병이다. 이는 실록에도 기록되어 있다. '해귀' 근처에 '원병삼백'을 자리잡아 놓은 것은 이들이 모두 조선이나 명 나라 군사가 아닌 제 3국 출신의 병사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명 나라 군대에 속해 있던 원숭이 병사로 기록된 존재는 태국 아유타야 왕국 출신 병사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아유타야 왕국 병사들이 임진왜란에 참전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연구된 바가 있다.

부산대 조흥국 교수는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교류사’라는 저서에서 중국 명나라 사료를 바탕으로 당시의 사정을 설명한다. 명신종실록(明神宗實錄)의 기록에 따르면 “1592년에 일본이 조선을 쳐부수자 시암(아유타야 왕국)은 몰래 군대를 출동하여 일본을 바로 쳐 그 후방을 견제하겠다”고 청했다

조선의 선조실록(宣祖實錄)에도 명나라에서 돌아온 사신이 태국이 조선을 구하겠다는 청원을 명나라 조정에 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대목이 있다고 한다. 또 일본의 침공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명나라 조정은 1591년에 이미 조선왕조에 태국 및 류쿠 등의 나라들과 연합하여 일본을 토벌하라고 요구했다. 임진왜란 발발 이후에는 태국, 즉 아유타야 왕국에서 10만 병력을 일으켜 일본을 정벌하려는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기도 했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아유타야 왕국 제안의 진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당시 아유타야 왕국의 나레수안 국왕은 미얀마의 침공에 대처하는 한편 캄보디아 정복 계획 등으로 멀리 떨어진 동아시아에 출병할 여력이 거의 없었다는 주장이다. 아유타야 왕국이 국가 차원에서 임진왜란에 참전하였다는 기록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선조실록과 같은 기록을 근거로 아유타야 출신으로 중국에서 활동하던 병사들이 임진왜란에 참전한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조 교수의 주장이다. 아유타야 왕국이 멀리 떨어진 조선에서 일어난 전쟁에 참가하려 한 것은 부(富)의 근원인 동남아시아 무역과 명나라 시장이 일본에 장악되는 것을 우려한 때문인 것으로 학자들은 분석한다

 

아유타야 왕국 출신 병사들의 참전이 사실이라면, 조선 선비들이 그들을 ‘원숭이 병사’로 표현한 이유는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첫째,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을 거의 모르는 폐쇄된 환경에서 살던 옛 조선 선비들이 자신들이나 명나라군대, 왜군들의 외모와는 다른 아유타야 왕국 병사들을 보고 ‘원병’이라고 했을 가능성이다.

둘째, 명 나라 장수들이 원숭이처럼 날랜 남방 출신의 병사들이나 용병들을 보고 ‘원병’이라고 표현했을 가능성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맹호부대나 청룡부대, 프로야구 팀 기아 타이거즈 라고 표현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또 한문을 전혀 모르는 아유타야 왕국 출신 병사들에게 '원병'이라고 작명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일보 기사를 보면 안 교수는 원숭이가 실제로 참전했다는 내용의 논문과 관련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라 국내는 물론, 중국이나 일본 쪽 임진왜란 혹은 전쟁사 연구자들에게 이번 논문을 한번 보내볼 생각”이라 말했다.

안 교수가 원숭이 부대의 진실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논문을 임진왜란이나 전쟁사 연구자들뿐만이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의 생물학자나 영장류 연구학자들, 그리고 진화연구학자들에게도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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