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인터뷰] 사회책임투자포럼 김영호 이사장

[SR타임스 장세규 기자] ISO 26000은 지난 2010년 11월 제정·발표된 이후 기업은 물론 NGO와 정부 등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체들이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도록 책임있게 활동하는데 필요한 지침(Guidance)으로서 세계인권선언, ILO(국제노동기구)협약, 기후변화협약, OECD 소비자분쟁해결권고, UNGC(유엔 세계기업 협약기구) 등의 관련 지침으로 쓰고 있다. 

제정 후 4년 가까이 지났지만 우리 정부나 기업들의 ISO 26000에 대한 이해나 관심도는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더구나 대다수 국민들은 관련 단어 조차 생소할 정도다.

SR타임스는 지난 4일 ISO 26000을 근간으로 SRI(사회책임투자)와 CSR(기업의사회적책임)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김영호(사진·전 산업자원부 장관) 이사장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SR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개선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SR타임스 : 지난 2010년 11월 1일자로 제정된 ISO 26000 SR가이던스 발간 이후에 SR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나타난 괄목할만한 변화가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김영호 이사장 : 아시다시피 ISO 26000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지침)입니다. 세계의 이해관계자들이 수 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만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적 합의이며 기업만의 사회적 책임, 즉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보다 확장된 모든 조직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입니다. 

사실 ISO 26000 발효로 우리 사회가, 특히 기업이 크게 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변화를 내심 기대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발효 이후, 한국 사회에서 ISO 26000은 ‘찻잔 속의 태풍’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존재감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ISO 26000을 받아들일 당시의 정부가 사회책임 이니셔티브에 소극적이었고, 따라서 확산 노력 또한 소홀했으며, 이러한 기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ISO 26000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분명히 있습니다.

▶SR타임스 :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는 SRI 개념이나 추진방법론 등에 대해 20세기 초반부터 종교계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발전해 온 결과, 최근에는 SRI 규모가 전체 펀드투자운용금액의 10%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자본시장에 도입한 경험이 일천한 관계로 아직까지 충분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SRI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낮은 편으로 생각되는데, 국내에서 SRI을 본격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일까요? 

▶김영호 이사장 : 우리나라 사회책임투자(SRI) 규모는 2013년말 기준으로 연기금과 SRI 공모펀드를 합쳐 약 8조1000억원입니다. 이중 연기금의 SRI는 약 6조5410억원으로 그 비중이 무려 79.66%입니다. 연기금에 대한 SRI 의존 비율이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우정사업본부 등이 SRI 방식으로 기금의 일부를 위탁 운용하고 있는데, 규모를 보면 국민연금의 SRI는 절대적입니다. 일단 한국의 SRI 시장은 연기금, 특히 국민연금이 추동(推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사회의 SRI 활성화에 대한 단초를 발견해 나가고 이를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그건 바로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더 많은 기금을 SRI 방식으로 직접 운용하든지, 아니면 위탁운용하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금운용의 수익성은 물론 공공성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이목희 의원이 지난해 8월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 이 법안의 핵심은 막대한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CSR의 세 가지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 즉 ESG를 고려할 수 있는 원칙적인 조항을 넣고, 이에 대한 고려 여부와 고려 정도, 그리고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공시하라는 내용입니다. SRI를 강제하지는 않지만 이를 유도하는 법안입니다. 

이 법의 통과는 우리나라 SRI의 시장 활성화의 분기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지분 1% 이상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의 수가 600개가 넘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SRI로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는다면 CSR도 시장친화적으로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리라 생각합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금융투자기관의 SRI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ESG 정보공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이언주 의원홍일표 의원이 사업보고서에 ESG 관련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일부개정 법률안> 통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R타임스 : SR하면 사회공헌만 생각하는 조직체나 사람들이 일부 있는데, 이런 분들의 SR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빠른 시일 내에 전환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영호 이사장 : CSR이나 SR은 모두 외부에서 들여온 이니셔티브(Initiative)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이니셔티브가 들어 올 때 많은 비판과 논쟁을 통해 수용했다면 CSR과 SR을 단순히 사회공헌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건설적인 논쟁 문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왜곡된 담론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 중 하나는 교육입니다. 교육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쉬운 언어로 된 대중교육을 해나가야 합니다.       

▶SR타임스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하시고자 하는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김영호 이사장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금융의 힘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에 이바지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탄생한 조직입니다. 국민연금의 SRI 확대를 위해 ‘국민연금법 개정’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연기금과 보험 등 자산소유자로 하여금 투자의 방식을 지속가능한 금융투자로 바꿀 수 있도록 ‘대중운동’을 기획해 나갈 계획입니다.  

▶SR타임스 : 끝으로 모든 조직체의 SR 이행과 확산을 위해 탄생하는 SR타임스가 'SR 전문언론사'로서 나아가야 올바른 방향과 역할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영호 이사장 : 국내에 사회책임의 관점에서 보도하는 전문매체가 탄생한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사는 ‘설명책임’이 있습니다. 대중(大衆)에게 제대로 된, 즉 책임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회책임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지속가능성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점에서 속보보다는 심층 취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건과 사고 그리고 문제들을 단순히 전달하기 보다는 사회책임의 프레임에서 바라보는 심층 기사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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