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에스알)타임스 신숙희 기자] 대기업 오너일가의 계열사 등기이사 겸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빠져있는 하위 그룹에서 두드러졌다.

이사회 구성원인 등기이사는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는다. 이사회 개최 건수가 연간 15차례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10개사에서 등기이사 등재를 할 경우 이사회에만 연간 150회 가량 참석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과도한 등기이사 겸직은 부실경영 초래 우려가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3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총수가 있는 국내 100대 그룹의 오너 일가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320명을 대상으로 겸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10명은 10개 이상의 계열사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개사 이상 등기이사로 발을 걸치고 있는 오너일가는 총 39명이나 됐다.

▲총수가 있는 100대그룹 오너일가 등기이사 겸직 현황 상위 30명(그래픽=픽사베 이이미지 합성)
▲총수가 있는 100대그룹 오너일가 등기이사 겸직 현황 상위 30명(그래픽=픽사베 이이미지 합성)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68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36개(52.9%)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동시에 등재돼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서 권민석 아이에스동서 사장(17개), 박상훈 신안 금융부문 대표(15개),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박순석 신안 회장(각 14개), 김영훈 대성 회장(13개), 박훈 휴스틸 사장·이진철 신안 총괄사장(각 12개), 김정주 대성홀딩스 사장(11개),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10개) 등의 순이었다.

신안그룹은 박순석 회장과 장남 박훈 사장, 차남 박상훈 사장, 사위 이진철 이사 등 오너 일가 4명이 전체계열사 22개 중 10개 이상의 계열사에서 등기이사로 겸직 중이었다.

등기이사를 2곳 이상 겸직하고 있는 오너 일가는 전체 조사 대상자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108명이었고, 이들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기업의 수는 평균 5.0개로 집계됐다.

1인당 등기이사 겸직기업 수를 그룹별로 보면 SM그룹이 36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신안(13.3개) ▲사조(11.5개) ▲아이에스동서·롯데·무림(각 9개) ▲대성(8.6개)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신안·사조·아이에스동서·무림·대성·현대·농심 등 7곳은 공정위가 정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60개 그룹에서도 벗어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오너일가 자녀 등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CEO스코어는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기 때문에 '책임 경영'을 위해서는 오너 일가가 참여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나친 겸직은 이사회 독립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집안 배불리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총수가 있는 100대그룹 오너일가 등기이사 겸직 현황 상위 30명.(자료=CEO스코어)
▲ 총수가 있는 100대그룹 오너일가 등기이사 겸직 현황 상위 30명.(자료=CEO스코어)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