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에스알)타임스 최헌규 기자]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가령 성매매를 예로 들면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파는 사람이 생긴 건지, 파는 이가 있기에 사는 수요가 있는 건지 인과관계로만은 연결 짓기가 쉽지 않다.

성매매를 예로 든 것은 이번에 검찰이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수용해 성폭력 발생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전까지는 무고 사건 수사를 할 수 없게 했다.

대책위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말하기 시작했지만, 가해자가 법을 악용해 역으로 무고죄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는 경우 피해자가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고통에 시달린다는 점을 권고 배경으로 들었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명백히 피해자임에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어 자주 논란이 되어왔다.

이와는 달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와는 다른 관점으로 ‘무고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와 며칠 안 돼 서명 인원이 10만명을 돌파했다.

해당 청원에서는 대책위와 다른 시점으로 ‘미투 운동’이 일부에 의해 심각하게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원글에서는 일부 무고한 사람이 가해자로 몰려 사회적 지위와 인격, 가족들까지 처참하게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법을 악용해 무고한 사람을 가해자로 몰아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까지도 고통에 시달린다는 점을 청원 배경으로 들었다.

미투 운동이 권고와 청원의 배경이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분만 살짝 바뀌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가해자들의 무고죄 악용 사례가 먼저일까, 미투 운동의 변질이 우선일까? 검찰은 대책위의 판단을 우선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실공방보다는 성폭행 사실 여부의 정확한 판단이 우선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철저히 피해자를 보호하는 선에서 수사가 진행돼야 하고, 2차 피해를 막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가해자로 몰리는 사람에게도 법을 악용하지 않는다는 전제만 만족할 수 있다면 법의 보호를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는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성폭력 사건에 대한 완전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고죄 수사를 진행하지 않도록 결정했겠지만 말이다.

닭이 먼저일지 달걀이 먼저일지와는 다른 결이지만, 무고죄를 수사하지 않음으로 해서 음지에 있는 성폭력 피해자가 양지로 올라와 신고가 활성화 될지, 아니면 억울한 가해자를 양산하게 될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물론 어느 쪽이 됐든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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