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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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타임스 최헌규 기자] KB국민은행이 신입사원 연수 중 100㎞ 행군을 위해 여성 직원들에게 피임약을 사용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피임약 사용을 두고 말들이 많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왜 신입사원들이 100Km 행군을 해야 하느냐는 점이 아닐까 싶다.

8일 KB국민은행과 언론에 따르면 지난 12월 26일 충남 천안에서 진행된 신입사원 연수 때 은행이 신입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피임약을 지급했다고 한다.

신입 여직원들에게 피임약을 지급하게 된 배경은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 중 하나인 100㎞ 행군 때문이었다.

은행 측은 이 행군이 생리주기에 있는 여직원에게 일반 남성 직원보다 훨씬 더 힘든 일정이어서 건강을 위해 피임약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피임약 지급은 여성 직원들만 별도로 모아 상황설명을 한 뒤 자의적 요청에 의해 준비한 것이어서 강제성도 없었다는 것이다.

피임약을 강제로 줬든, 요청에 의해 줬든 100Km행군은 어쨌든 '강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훈련소에서 군인들이 받는 행군 훈련이 보통 20~30Km 거리다. 100㎞ 행군은 여성들이어서 힘든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힘든 훈련이다.

KB국민은행은 매년 무박 2일 일정으로 신입 행원의 도전정신 함양을 위해 100㎞ 행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데 도대체 100Km 행군과 도전정신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40-50대라면 학창시절 극기 훈련 경험들이 한번 이상씩은 있을 것이다. 공짜도 아니고 돈까지 내가면서 고생하러 갔던 고행 길이었다.

교관들은 학생들을 도전정신 함양이라는 허울 좋은 문구로 군인들 다루듯 다뤘다. 하지만, 아무리 교관의 기에 눌려 정신 바짝 차리고 훈련에 임했어도 도전정신이라는 게 함양 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신 교육이라며 볼썽사나운 반복 훈련때문에 친구들끼리 서로 원망한 기억은 있다. 구령을 제대로 못 맞추는 친구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요즘은 많은 학교에서 극기 훈련 따윈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일부 학교는 진행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내 자식을 돈 주고 그런데 보내고 싶은 부모들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런데 하물며 다 큰 성인들을 가둬놓고 신입이라는 이유로 극기 훈련을 강요하고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기업들이 도전정신과 조직문화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업무 능력과 무관한 행군과 극기 훈련을 연수프로그램에 포함한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기업들은 물론 공무원을 임용하는 국가기관마저도 신입 연수라는 이름으로 해병대 캠프, 등산, 행군 등 극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중학생들이나 받던 극기 훈련이 이제는 다 큰 성인들이 받아야 하는 훈련으로 업그레이드라도 됐는지 궁금할 뿐이다.

▲ 국세공무원 교육원에서 극기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의 방송화면 캡쳐.
▲ 국세공무원 교육원에서 극기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의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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