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폭력 발생하면 업무중단하세요” 감정노동자 폭언·폭력 피해 보호

[SR타임스 신숙희 기자]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고객에게 사전에 안내해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립니다."

"전화로 고객을 상대하는 경우에는 고객이 무리한 요구나 욕설 시 직원이 먼저 전화를 종료할 수 있음을 고객에게 알립니다."

고객이 감정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할 경우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음을 알리는 안내 멘트들이다. 

그간 '손님은 왕'이라는 구호 아래 감정노동자들은 폭언·폭력 등의 피해를 입어도 체계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다. 

6일 고용노동부는 감정노동 종사자에 대한 건강보호 조치사항, 기업별 우수사례 등을 담은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핸드북'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법안 도입에는 다소 시일이 소요됨에 따라 ‘핸드북’을 우선 보급해 사업주의 관심과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내용은 ▲고객에 의한 폭력 등 발생 시 노동자에게 업무중단권 부여 ▲피해 노동자에게 심리상담·치료기회 제공 ▲민·형사상 조치에 필요한 법률적 지원 등 대응조치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구비 ▲스트레스 유발행위 금지를 요청하는 문구 게시 ▲과도한 업무 모니터링 자제 등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이 실려 있다.

▲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핸드북' 중 일부분
▲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핸드북' 중 일부분

노동부는 핸드북의 보급을 위해 이달 중에 정부·공공기관 및 감정노동자 다수 고용사업장을 대상으로 순회 설명회를 개최하고, 근로감독관 및 민간 재해예방전문기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방문 지도를 실시키로 했다. 

김 왕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핸드북에 따른 조치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철저히 지도하는 한편, 감정노동자 보호조치가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 위해 입법화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올해 정기국회에서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감정노동이란?..."고객은 왕 그만, 직원 건강부터 챙겨라" 

우리나라는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감정노동자도 급증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감정노동자는 560만~740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1829만6천명)의 31~41%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정노동이란 말투나 표정, 몸짓 등 드러나는 감정 표현을 직무의 한 부분으로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이 수반되는 노동을 말한다. 

감정노동은 주로 고객, 환자, 승객, 학생 및 민원인 등을 직접 대면하거나 음성대화매체 등을 통해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응대업무 과정에서 발생한다. 백화점 마트 판매원, 호텔직원, 콜센터 상담원, 요양보호사, 간호사, 구청민원실 직원 등이 감정노동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핸드북'
▲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핸드북'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건강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겉으로는 웃지만 우울증이나 적응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며 ▲고객으로부터 받은 감정적 상처로 자살 충동이 일어날 수 있고 ▲자기 비하를 하거나 자아 존중감이 떨어질 수 있으며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면 홧병(신체증상을 동반한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

신체적으로는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높아지며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을 반복적으로 표현하면서 피로감이 증가하고 ▲고객응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서 있는 자세를 취하거나 불안정한 자세를 유지하므로 요통 등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음은 감정노동으로 인한 산업재해 인정 사례들이다. 

# 고객의 반복적인 제품 구매와 취소에 시달리던 판매원이 폭언과 폭행을 당하고도 사과까지 한 이후 적응장애 가 생겨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 아파트 주민의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기존의 우울증이 악화돼 발생한 경비원의 분신자살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 전화상담을 하다가 우울증에 걸린 노동자에 대해 노동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법원에서 회사에 손해배상을 판결한 사례가 있다.

# 대형마트에서 고객으로부터 성희롱과 폭언을 듣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 노동자가 고객과의 갈등으로 적응장애가 유발돼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핸드북은 사업주들에게 "고객에게 무조건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고, 직원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감정노동 종사자의 직무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보호를 회사 경영방침으로 설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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