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최헌규 기자] 베네통은 한 때 파격적인 광고로 유명했다. 베네통은 당시 사회에서 금기시 되는 소재를 광고로 다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일정한 격식을 깨트린다는 파격이란 단어에는 새로움, 놀라움, 황당함, 논란 등을 담을 수 있겠다. 하지만, 파격이라고 해도 인종차별까지는 대중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종차별에 덜 민감했던 우리나라에서도 살색이라는 단어가 없어질 만큼 인종차별은 이제 있어서는 안 되는 전 세계인의 관심사다.

파격의 중심에 섰던 베네통도 그래서 인종차별에는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다.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베네통 광고에서도 논란이 됐다. 하지만, 수위는 애매했다.

▲ 베네통의 광고. 흑인 아이의 머리가 악마를 연상시킨다며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베네통)
▲ 베네통의 광고. 흑인 아이의 머리가 악마를 연상시킨다며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베네통)

흑인 아이와 백인 아이가 등장하는 광고도 그랬다. 마치 악마의 뿔을 연상시킨다는 머리 형태의 흑인 아이 이미지와 밝게 웃는 백인 아이 이미지가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는 논란도 있지만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의 여지는 있다. 그것을 베네통이 노렸다 해도 대놓고 인종차별이라 말하기에는 그래서 ‘논란’이었다.

이와는 다르게 최근 민감한 인종차별 문제를 광고로 다루면서 ‘논란’은커녕 대놓고 인종차별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자초하는 기업이 있다.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NYSE:UN)의 비누 브랜드인 도브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에 흑인 여성 모델이 검은 상의를 벗자 백인 여성으로 바뀌는 이미지를 연출한 비누 제품 광고를 게재했다.

▲ 2017년 도브 광고.
▲ 2017년 도브 광고.

이는 도브 제품을 사용하면 피부가 하얗고 깨끗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누가 봐도 인종차별 요소가 보인다. 이 광고를 본 많은 사람들은 흑인 비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브는 비난이 커지자 공식 트위터를 통해 “최근 우리 페이스북 광고가 특정 인종 여성을 표현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며 “광고로 인해 소비자들이 느꼈을 불쾌감에 깊이 사과한다”며 바로 광고를 삭제했다.

▲2011년 도브 광고.
▲2011년 도브 광고.

도브는 2011년에도 이와 비슷한 광고로 비난을 자초했다. 당시 도브는 자사의 보디워시를 선전하는 광고에 서로 다른 인종의 세 여성을 등장시켰다.

여성들은 피부가 어두운 순서대로 서 있고 뒤에 걸린 수건에는 before와 after란 단어가 선명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기 전과 후라고 표현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도브 비누를 써서 흑인 여성이 백인 여성이 되는 이번 비누 광고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번 광고에 등장한 흑인 모델이 전체 영상은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니라며 도브 측 입장을 대변했다고 한다.

그는 광고를 찍을 때 다양한 인종, 연령대의 모델들이 “우리는 모두 아름답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콘셉트라고 이해하고 광고에 참여했다”면서, “인종차별 광고라는 비난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의 광고만 봐도 도브의 생각은 2011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모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참여했다고 해도 도브의 2011년 광고와 2017년 광고만 봐도 도브가 갖고 있는 인종에 대한 차별이 아니고 뭔가?

베네통과 다르게 도브 광고가 파격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니라 ‘비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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