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에게 불법 파견한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협력업체가 가맹점에 파견한 제빵기사들을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직접 고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결정에 파리바게뜨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대다수 언론도 업계의 입을 빌려 고용노동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다수 언론이 논란이라며 제기하는 문제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하나로 귀결된다. 제빵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겠다는 파리바게뜨의 속내다.
고용노동부와 업계, 다수 언론이 다투는 문제의 핵심은 단순하다. 제빵기사들이 파리바게뜨가 고용한 노동자들이냐의 문제다. 계약은 협력업체와 했고, 일은 가맹점에서 했는데 왜 파리바게뜨가 고용한 노동자들이냐는 것이 파리바게뜨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너희들이 일시키고, 인사관리도 하고, 노무관리도 했으니 너희들이 고용한 게 맞다'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판단이다.
파리바게뜨가 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전해졌지만 고용노동부는 법률검토를 모두 마쳤다는 듯 자신 있는 모습이다.
20일 자 모 언론은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전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업체, 가맹점이 고용노동부에 협동조합 형태의 인력 공급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지금의 인력 공급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리바게뜨도, 협력업체도 일정 수긍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제빵기사들의 의견 수렴을 요구하자 파리바게뜨와 협력업체 측이 반대하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고 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경총도 고용노동부의 직접 고용 명령이 프랜차이즈 업계의 속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번 불법파견 결정으로 가맹점주나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 기사까지 쏟아내며 논란을 확장시키고 있다.
다시 이 문제의 발단이 제빵기사들에 대한 파리바게뜨 본사의 월권(?)때문이였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불법파견을 다투게 된 이유는 파리바게뜨 본사의 부당한 업무 지시 때문이었다. 제빵기사의 제보를 받은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고용노동부의 수시 점검이 이뤄지게 됐다.
파리바게뜨 본사 회장 한마디에 가맹점 제빵기사들의 출근 시간이 요동쳤다. 제빵기사들은 가맹점의 주문 내역도 관리해야 했다. 단체 카톡방에서 업무 지시도 내려졌다.
업계나 대다수 언론이 부당한 지시와 가맹사업법이 보장하는 교육·훈련을 교묘하게 섞어가며 논란을 키워보려 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은 가맹점 관리를 위한 교육·훈련이 아닌 부당한 지시, 인사권을 파리바게뜨 본사가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파리바게뜨의 가맹점 구조는 제빵기사들이 협력업체에 소속 돼 가맹점에 파견을 나가는 형식이다. 협력업체는 파리바게뜨와 직접적인 계약을 맺지는 않고 단순한 협약을 맺은 상태일 뿐이다. 이를 고용노동부가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이를 두고 프랜차이즈 업계 죽으란 소리냐는 그래서 어불성설이다.
이런 구조 속에 제빵기사들을 고용한 협력업체가 아닌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고 노무 관리를 했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그러니, 너희들이 인사권 행사하고 노무 관리한 노동자들을 직접 채용하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결정이다. 협력업체와 파리바게뜨가 정식 계약을 맺든, 파리바게뜨가 인사 등 노동자 업무에 간섭하지 않는 등의 문제는 파리바게뜨가 알아서 할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거기까지 관여할 이유가 없다.
근로 감독 결과 고용노동부는 당연히 불법 파견이 맞으니 5378명에 대해 실사용업주인 파리바게뜨 너희들이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을 내렸을 뿐이다. 이거 잘못됐으니 시정해라는 행정기관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기간제든 정규직이든 고용형태야 파리바게뜨가 알아서 할 문제다.
신호 위반 차량을 발견한 교통경찰이 운전자에게 스티커를 발부하니 다른 운전자들이 왜 교통 흐름을 방해하냐며 경찰에게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꼴이다.
협력업체의 행정소송 검토 타령도 그래서 더 한심해 보인다.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협력업체가 법률적으로 뭘 따질 게 있는지 모르겠다. 협력업체가 제빵기사들 인사관리와 노무관리 등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지금의 논란은 생겼을 리가 없다.
고용노동부 시정 명령에 파리바게뜨가 불복할 수는 있겠다. 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듯이 파리바게뜨가 소송에 들어간다면 고용노동부의 결정에 대해 법원이 법리적으로 따져 판단하면 된다.
법적인 판단에 앞서 고용노동부는 판단에 확신이 있어 보이고, 업계는 자신이 없는지 언론 플레이에 집중한 듯 보인다.
협력업체나 업계의 입장 대변으로는 부족했던지 한 언론은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을 하면 연간 600억 원의 인건비 부담이 생긴다는 분석 기사까지 내놨다.
고용노동부의 명령대로 직접고용을 하면 20%의 인건비가 상승한다며 파리바게뜨 1년 치 영업이익이 공중으로 사라진다며 걱정 해주고 있다.
게다가 파리바케뜨가 이런 비용을 가맹점에 떠넘길 수도 있다며 가맹점주를 압박하기까지 한다. 파리바게뜨가 빵 값을 올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가맹점주한테 지시받을 거, 협력 업체한테 지시받을 거, 본사가 지시 좀 한 게 뭐가 문제냐는 소리를 하고 싶은 걸까?
제빵기사들이 조금만 참으면 가맹점주도, 협력업체도, 파리바게뜨 본사도, 소비자들도 모두 만족할 수 있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되묻고 싶다.
죽겠다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선택지는 많다. (고용노동부 명령을 받은 파리바게뜨처럼) 인력을 직접 고용해 가맹점에 파견하던지(이는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몇 번이고 고용노동부가 확인했다!), 가맹점주가 직접 고용을 하도록 지원하던지(가맹사업법 상 품질 유지를 위한 교육·훈련 지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협력업체를 통한 인력 수급을 원한다면 품질 유지를 위한 교육·훈련만 협력업체에 지원하면 된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위험이니 하며 사태를 왜곡하는 것이 결국 노동자들 임금을 어떻게든 업계의 수익으로 만들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