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지도' 反인권적 발상으로 여론 뭇매... 여성 고용의 양과 질 높이는 새로운 접근법 제시

[SR타임스 최헌규 기자] 정부가 출산 정책을 추진 할 때 성평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 이하 인권위)는 29일 행정안전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부가 저 출산과 인구절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출산장려정책 추진 시 성 평등적 관점을 고려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5년 제정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근거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정책을 매 5년마다 수립하는 등 출산 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저출산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민간의 참여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이를 두고 “정부가 출산 관련 정책에 대한 새로운 로드맵과 의제를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해석, “과거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위원 구성에서도 성별균형을 맞추는 등 저출산 관련 정책 추진 시 성 평등 관점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구)행정자치부는 지난 해 12월 ‘대한민국출산지도 (birth.korea.go.kr)’ 사이트를 개설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폐쇄한 바 있다.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로 보는 반인권적 발상이고 여성 비하라는 비판이 거셌다.

인권위는 출산지도에서 지자체 별로 가임기 여성 수를 표시하고, 지역별 순위까지 명시하는 등 내용과 접근방식에서 성인지적 관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이를 비판했다.

지난 2월에는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여성의 고스펙’때문이라고 발표해 큰 파문이 일었다.

인권위는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보고서에서 “저출산 문제를 개인이나 여성 탓으로 돌리는 한국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우리나라 출산율 저조 이유로 “임신·양육하는 여성을 차별하고 양육책임을 여성에게 전담시키는 등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제반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별격차지수(GGI)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성평등 수준은 144개국 중 116위.

출산율은 정부가 목표치를 정해 독려한다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고 비판한 인권위는 “정부는 저출산 원인과 대책에 대해 여성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일자리 창출 정책 등에서 여성고용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는 성평등 정책으로 재편해야 할 것”이라며 “출산 관련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경우, 성 평등에 미칠 영향을 분석·평가해 정책이 성 평등에 위배되지 않고 성 평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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