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붕괴가 부른 구조적 참사로 사회적 타살... STX조선대표 구속 요구

[SR타임스 신숙희 기자] 노동계가 하청노동자 4명이 사망한 STX조선해양 폭발사고와 관련해 "구조조정에 따른 안전관리체계 붕괴가 초래한 구조적 참사"라며 장윤근 대표이사를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2일 금속노조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는 창원시 노동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참사를 "법과 안전원칙을 무시한 채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채권회수에 혈안이 돼 무자비한 자구책과 구조조정을 요구·자행해 온 대한민국 법원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구조조정에 따른 현장 작업·안전인력 축소 등 생산과 안전관리체계 붕괴가 초래한 구조적 참사이며, 원청의 이윤창출을 위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다단계 하도급 만연, 하청에 대한 위험작업 전가가 초래한 참사"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호조선, 성동조선,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노동자로 구성된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이하 노조연대)는 사고 배경과 원인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 사망 원인 폭발 아닌 질식사...."송기마스크만 지급했어도"

현장조사 결과 사고 선박에서 일한 노동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연대는 "구조조정에 따른 작업 인력이 줄면서 사고 선박의 공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고, 11월 초로 예정된 인도기한에 맞추기 위해 휴일인 일요일에 최소한의 안전보건조치도 없이 물량팀인 하청업체 재도급팀이 투입됐다"고 사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주요 사망 원인을 폭발에 따른 일부 화상 등이 아니라,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못해 일어난 질식사로 판단했다. 이는 이날 발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결과와도 일치한다. 국과수는 "폭발 이후 탱크 내부 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노조연대는 "환기장치 부실로 도장 스프레이 작업에서 발생한 인화성 증기가 RO탱크(폐유 등 선박잔존유 보관탱크)내 밀폐공간에 적체됐고, 확증되지 않은 원인(조명등 폭발·전선 피복 손상·정전기)에 의해 발생된 스파크가 폭발을 일으키면서 산소부족 또는 유독가스 흡입사태를 초래했으며, 적정보호구인 송기마스크를 착용치 못한 노동자 4명 모두가 질식해 사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송기마스크 지급됐다면 사망  없었을 것" STX조선대표 구속 요구(사진=TV 화면 캡처)
▲ ”송기마스크 지급됐다면 사망  없었을 것" STX조선대표 구속 요구(사진=TV 화면 캡처)

즉 방독마스크가 아니라 송기마스크를 착용했더라면 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어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번 작업은 밀폐공간에서 이뤄졌고, 위험작업 신청허가서에도 잠재유해 위험요소로 '환기상태 불량으로 인한 질식 또는 폭발위험'이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소부족상태와 유해가스의 인체 흡입 및 피부접촉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송기마스크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연대는 이번 재해의 문제점으로 구조조정에 따른 안전보건환경팀(HSE팀)의 인력축소를 들었다. STX조선해양이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안전관리 체계가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노조연대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원칙을 무시한 무자비한 구조조정을 자행했고, 채권 회수에만 혈안이 돼 선박 건조작업의 안전확보를 위한 필수 인력인 HSE팀 인력을 무지비하게 해고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HSE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 60명 중 절반이 넘는 33명(55%)이 줄었다.

◇ 재발방지 대책 "하청에 대한 위험 전가 차단하고 대표 구속해야"

노조연대는 이번 중대재해의 근원적 재발방지를 위해 노사정 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어느 일방의 원칙적인 주장과 행정조치만으로 STX조선의 근본적 재해예방시스템이 구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해예방과 노동자 생명 유지 증진의 책임이 있는 세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근본적 대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다단계 하도급 하청구조가 만연된 조선업 상황에서 원청업체의 이윤증대를 위해 하청은 원청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중대재해 유발 위험작업에 대해 도급 금지를 법제화해 하청에 대한 위험전가를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청 이윤 극대화를 위한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근절하고, 적정 납품단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조선업 원청들이 영업비밀을 내세우며 공개치 않고 있는 기성(납품단가)책정 기준을 파악해 적정기성을 보장토록 지도·감독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이번 중대재해를 안전관리총괄책임자인 장윤근 STX조선 대표이사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생긴 참사로 보고 "안전을 무시한 구조조정과 HSE팀 총원의 55% 감원하는 등 STX조선의 재해예방활동 인력과 체계 붕괴를 초래했으므로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 (자료=고용노동부)
▲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 (자료=고용노동부)

한편, 지난 20일 고용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 예방대책'이 나온 지 사흘 만에 하청노동자 4명이 사망한 이번 참사와 관련해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법개정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7일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인 '중대산업재해 예방대책'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시 안전조치 미이행 사실이 발각되면 원청업체도 하청업체(협력업체)와 동일한 처벌을 받는 등 책임주체가 사업주 중심에서 원청·발주자로 한층 강화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 1인 이상, 3개월 이상 요양 부상자 2인 또는 동시에 10인 이상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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