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는 교통사업자 의무"...국토부·기재부에도 지원 권고

[SR타임스 신숙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가 국토교통부장관에게 현재 운행 중인 시외버스(고속·직행·일반형)와 시내버스(광역급행·직행좌석·좌석형) 일부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라고 22일 권고했다. 

이번 권고사항에는 휠체어 탑승 공간이 한정된 만큼 장애인으로부터 사전예약을 받아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도 포함했다.

기획재정부장관에게는 고속버스 이동편의시설 설치비 지원 사업 등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것과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외·시내버스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교통사업자에 대한 재정·금융·세제지원을 확대해서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고속·시외버스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고속·시외·광역·공항버스 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며 장애인 차별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설을 앞둔 지난 1월 26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개정됐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명절날 고향갈 때 버스를 탈 수 없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설을 앞둔 지난 1월 26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개정됐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명절날 고향갈 때 버스를 탈 수 없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고속·시외버스 운송사업자들은 “버스를 개조해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하는 것이 현행 자동차관리 및 안전관련 법령에 위반되고, 고속·시외버스를 제조하는 회사에서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버스를 제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버스정류장의 공간이 협소해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하더라도 실제 이용이 어렵고,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비나 저상버스 구입비 등 교통사업자에게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국가 및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과 달리 현행 자동차관리법령에 따르면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법 위반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실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교통안전공단이 대형승합자동차(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 관련 튜닝을 승인한 건수는 무려 243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버스제조사에서도 휠체어를 탄 상태로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용 버스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버스를 제조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6월 30일 기준 전국에서 운행 중인 시외버스는 총 1만730대, 시내버스(광역급행·직행좌석·좌석형)는 총 4635대다. 이 가운데 휠체어 탑승 편의시설을 갖춘 버스는 경기도에서 운행 중인 2층 버스(직행좌석형 시내버스) 33대가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교통사업자가 시외·시내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국가 및 지자체의 재정지원 의무와는 별개로, 교통사업자의 의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교통사업자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어 사업 유지가 어렵지 않는 한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호주·영국·미국 등 해외에서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고속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관련 설비 규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