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업무 보조’ 수준 넘었다…인권위, 경찰청에 개선대책 마련 권고

[SR타임스 신숙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집회·시위 대응 시 의무경찰이 시위 진압에 동원되는 것과 관련해 본래 임무인 '치안업무 보조'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관련 시위 진압에 배치된 의무경찰의 부모가 인권위에 진정했고, 이에 인권위가 내린 결정이다.

지난 2일 국가인권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익명결정문'을 공개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익명을 원한 진정인은 "의무경찰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치안업무 보조’ 임무를 수행해야 하나, 피진정인인 경찰청장이 의무경찰에게 직업경찰이 수행해야 할 시위·진압의 제일선 대치 업무를 동일하게 부여했다”며 “이는 의무가 없음에도 일을 강요하는 것으로, 의무경찰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보조업무'로 한정하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그 업무는 특성상 전문성을 요하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공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교육을 받은 이를 시험을 통해 직업공무원으로 선발해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각종 시위진압에 의무경찰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보조업무가 아닌 핵심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으로 "의무경찰과 국민의 안전권을 동시에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의경기동대 대원들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주 토요일마다 평균 15시간 40여분 근무했으며, 현장에서 불규칙한 식사로 소화불량 등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부상당한 의무경찰은 17명이며, 현장 상황에 따라 버스 지붕에 올라가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상과 관련해서는 경찰관기동대는 월평균 87~125시간의 초과근무에 따른 금전적 보상이 있었으나, 의경기동대는 특박 1일 외 특별한 보상이 없었다.

▲ 방송화면 캡처 ⓒ SR타임스
▲ 방송화면 캡처 ⓒ SR타임스

반면 경찰청은 의무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에 배치돼 범죄예방과 진압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전체 경찰관기동대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부의 경우 불가피하게 의경기동대가 시위대와 직접 접촉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며 "향후 의무경찰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이에 상응하는 직업경찰을 충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이는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추진돼야 할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군복무를 전환해 대체하는 의무소방원이 화재진압의 일선에서 화재진압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해양 의무경찰이 불법조업선박을 직접 단속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점 등과 비교해 볼 때 ‘치안업무 보조’의 수준을 넘어 치안업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일회 최대 24시간 30분 동안 시위 진압에 동원되면서도 직업경찰관과 같은 적절한 보상을 부여받지 못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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