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조인숙 기자] “백번 사죄드린다.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 입으신 피해자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일삼고 불법운전을 강요해 논란에 휘말린 이장한(65) 종근당 회장이 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면서 한 말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기업오너 일가들이 ‘갑질’을 하다 들키고 난 후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평소에 그렇게 무시하고 인격적인 모독까지 준 당사자에도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갑질’이 세상에 알려진 지난달 14일 종근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말한 “저의 행동으로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용서를 구한다”의 반복이다.

다음 단계도 비슷하다. 이런저런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면서 “반성한다”“성실히 조사받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이 회장도 그랬다. “욕설과 막말을 들은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 것을 아느냐” “처방을 받아야 받을 수 있는 발기부전치료제를 접대용으로 나눠준 게 사실인가” 등 이날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회장직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조사를 다 받고 생각하겠다”고 얼버무렸다.

그의 전직 운전기사들이 공개한 녹취록에 의하면 이 회장은 “도움이 안 되는 XX” “부모가 불쌍하다” 등 인격 모독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무리한 불법운전을 강요를 견디다 못해 회사를 그만뒀으며, 일부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이 회장이 처방이 필요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접대용으로 제공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찰은 국민 여론을 의식해 반복되는 대기업 오너들의 갑질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하지만 언제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당사자들 역시 재수 없게 걸렸으니 형식적인 ‘사과’로 여론의 소나기 화살만 피하면 된다는 식이어서 오너들의 ‘갑질’ 이 반복되고 있는지 모른다.

▲ 방송화면 캡쳐 ⓒ SR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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