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조인숙 기자] 국제인권감시단(Human Rights Watch)은 싱가포르 정부가 LGBT 인권 행사인 핑크도트를 후원하는 다국적기업의 자금줄을 막았다. 핑크도트(Pink Dot)는 싱가포르의 LGBT(성소수자)의 축제로, LGBT는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LGBT의 권리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후원하는 핑크도트는 2009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매년 7월에 열린다. 핑크도트는 남성 간의 성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최고 2년형까지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싱가포르의 형법(377A)에 도전하는 LGBT 커뮤니티의 중요한 모임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의 LGBT 커뮤니티가 저항하는 이 법은 1860년에 만들어져 영국의 다수 식민지에 적용되었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싱가포르도 ‘자연의 규칙에 어긋나는 성관계’를 범죄로 규정하는 식민지 시대 형법 377조를 실시했으나 2007년에 폐지했다. 그러나 관련 조항인 377A조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 초,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는 식민지 시대 형법에 대해 “사회적 태도가 바뀌기 전까지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핑크도트 행사의 후원은 블룸버그, 골드만 삭스, 비자, 마이크로 소프트 등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도맡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현지 기업들이 이 행사의 후원을 대신하게 되었다. 싱가포르 정부의 압력 때문이었다. 작년 핑크도트 행사 이후 샤무감 내무장관은 “외국 기업들이 국내문제, 특히 정치적 이슈, LGBT 같은 논쟁의 여지가 큰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간섭해선 안 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샤무감 장관은 다국적 기업을 향해 “핑크 도트에 후원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LGBT 관련 후원을 허가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핑크도트 조직위원회는 다국적 기업 대신에 100여 개의 현지 기업에 모금 지원을 요청했다. 다행히 3월까지 목표액의 70%를 달성했고, 5월에는 초과달성할 수 있었다. 정부의 LGBT 인권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핑크 도트는 현지 기업이 후원하고 2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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