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마치 기다릴 시간이 있기라도 한 듯이 예전보다 훨씬 덜 초조하다. 전에 나는 센 불로 내 삶을 태웠다. 이제는 은근한 불에 뭉근하게 익도록 내버려둔다. 훨씬 느리지만 한결 낫다.”

‘부자뱅이 가난뱅이’,‘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등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장 루이 푸르니에. 그가 또 다른 책 ‘나의 마지막 남은 검은 머리카락 하나’에서 들려주는 늙음에 대한 성찰과 조언은 서늘하면서도 따뜻하다.

인생을 어지간히 살았으면 센 불의 조급함보다는 은근한 불의 느긋함을 미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지만 정작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주위를 돌아보라.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인내심은 줄어들고 포용력은 약해지고 심지어 더 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푸르니에는 삶의 깊이를 말해주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삶의 흔적이라고 강조한다. 늙바탕에 이를수록 겸손을 잃지 않고 명예를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요컨대 나이 값을 해야 한다는 얘기디.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후보마다 실버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이른바 ‘어르신 공약’을 내놓고 있다.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일자리를 확충하고,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등 메뉴도 다양하다. 실현 가능한가. 늙은 것도 서러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을 두 번 아프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깨어있는 투표가 중요함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