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에서 이제는 안방손님이 돼버린 미세먼지가 대선정국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연일 대책을 내놓고 대선후보까지 가세해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미세먼지 영향에 민감한 일부 시민은 자구책으로 인터넷카페를 만들어 집단행동에 나서고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내기에 이르렀다.

미세먼지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뒤늦게 정치권이 야단법석을 떨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그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해서일 것이다. 실제로 올해 1~3월 전국 미세먼지 주의보가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많은 86회나 발령됐다. 지난달 21일 서울의 공기품질지수가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빴다는 보도도 나왔다.

왜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한마디로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무대책에 가까운 정부를 탓해야 하겠지만, 국민 책임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국민경제와 소비, 생활방식 등 구조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는 측면을 말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대선후보들은 미세먼지 기준을 선진국 기준 또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으로 강화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기준을 보면 건강피해가 심하다는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일평균 50㎍/㎥, 연평균 25㎍/㎥다. 미국과 일본은 일평균 35㎍/㎥, 연평균 15㎍/㎥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WHO 대기질 지침은 일평균 25㎍/㎥, 연평균 10㎍/㎥로 그보다도 더 강하다.

이 숫자만 보더라도 국내 초미세먼지 기준을 선진국 또는 WHO 기준으로 강화해 그 기준을 달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국내외 미세먼지 발생요인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데 무슨 수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나같이 거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국외 발생요인은 일단 논외로 하고 국내 발생요인을 줄이는 것부터 살펴보자. 국내 미세먼지 발생요인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로 알려져 있다. 국내 석탄화력은 53기가 가동 중이고, 증설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70기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등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가 최대 19㎍/㎥까지 증가한다는 게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다.

수송 부문의 발생요인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노후 경유차의 폐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확대, 차량운행 제한조치 등이 거론된다. 노후 경유차 폐차나 친환경차 보급은 막대한 예산이 드는 정책이다. 찔끔 편성한 예산은 금방 바닥나기 일쑤다. 차량운행제한도 최근 발령요건을 완화했다는 것이 수도권 전체 차량의 3%에 불과한 공공기관 차량을 대상으로 한 2부제시행이다.

국외 요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중국에 대해 할 말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런 요구를 하거나 설득을 할 근거가 없는데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국외는 고사하고 국내 발생원인이나 정밀한 측정치 등의 자료를 얻기 위해서라도 상당한 예산과 인력, 장비를 투입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누군가 SNS에서 푸념하는 것을 보았다.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샀다.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전기의 대부분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 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를 뿜어낸다. 이게 현실이다. 미세먼지를 피하려고 미세먼지를 불러오는 악순환이다.

문제는 돈이고 불편이다.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발전을 돌리지 않고 현 수준의 생산과 소비를 유지하려면 LNG발전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 LNG발전은 단가가 석탄발전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그만큼 많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전기를 덜 쓰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최근 미세먼지가 극심해진 것도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양 대기의 상호작용에 변화가 생겼고, 북서계절풍이 약해지면서 대기정체가 일어나 겨울과 봄철 미세먼지 악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문제가 점점 커지고 구조화되는 양상이다.

공교롭게 중국은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는 세계 7위지만 배출증가율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중의 미세먼지 재앙은 양국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부메랑임을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궁극의 미세먼지대책은 기후변화대책으로 모아진다는 것을 올 봄의 미세먼지가 가르쳐주고 있다. <논설위원 · 환경재단 그린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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