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조인숙 기자] 우리나라에서 노후에 필요한 의료비는 8100만원.

29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진료비통계지표와 통계청의 2015년 생명표를 토대로 65세 이후 고령자 1인당 총 진료비를 추산한 것이다. 이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3배나 많은 액수이다.

특히 남성보다 장수하는 여성의 경우는 약 9090만원으로 남성의 7030만원보다 무려 2060만원이 많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수치는 2011년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료비통계를 기초로 추산한 것보다 남성은 36.8%, 여성은 32.9% 늘어난 액수이다.

반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평균 노후의료비 지출예상액은 2538만원에 불과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응답자의 3분의2 가까운 63.3%는 노후 의료·간병비를 500만원 미만으로 예상했다. 특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노후의료비 부담이 더 클 것으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노후의료비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노후의료비 지출을 2269만원으로 예상해 남성의 2710만원 보다 441만원 적다.

이 통계는 두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노후의료비를 실제 금액보다 적게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렇기 때문에 실제보다 턱없이 부족한 노후 의료비 준비가 장차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부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74%가 노후 질병에 대비해 별도의 민영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그중 절반(50.8%)이 의료비보장 가능금액이 500만원 미만 소액이어서 큰 질병이나 장기치료의 경우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노후의료비 준비상황에 따라 ‘행복수명’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행복수명이 80세 이상인 경우에는 민영보험으로 충당 가능한 의료비가 1100만원 이상이었지만, 행복수명이 60세 미만인 경우 54만원 수준으로 2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사연구를 맡은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년에는 소득은 감소하지만 질병으로 인한 의료·간병 지출의 증가가 불가피해 생활비 외에 별도의 대책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갈수록 노후빈곤이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부분의 노년층이 거액의 의료비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무엇보다 건강 장수와 그것을 위한 필수 조건인 질병치료에 대한 준비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수창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노후의료비가 노후빈곤을 심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일본보다 공적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연금을 통해 노후생활비를 준비하는 것 이상으로 노후의료비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며,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 역시 그런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빈곤 노년층을 위한 공공의료확대 등 사회복지의 확대가 병행되어야만 모든 노인들의 행복수명도 함께 높아져 건강한 장수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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