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근로개선노력 미흡' 금호타이어·한라 등 고용개선위반 27곳 명단 공표

[SR타임스 조인숙 기자] 고용노동부가 2일 처음으로 여성차별기업 명단을 공개했다.

금호타이어·한라 등 모두 27곳(공공기관 1개 포함)이다. 3년 연속 여성고용기준(여성 근로자 또는 관리자 비율이 업종별·규모별 평균 70%)에 미달하고, 이행촉구를 받고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업장들이다.

민간기업(가나다 순)은 광혁건설, 도레이케미칼, 메리츠증권, 삼안, 솔브레인에스엘디, 수산이앤에스, 에어릭스, 이테크건설, 한국철강, 한라, 케이텍맨파워, 와이번스안전관리시스템, 케이티에스글로벌, 조은세이프, 태광메니져먼트, 포스코엠텍, 우리자산관리, 우원방제, 금호타이어, 대한유화, 동부증권, 숭실대, 케이이씨, 현대다이모스, 현대오트론 등이다.

이 중에는 메리츠증권, 한라, 포스코엠텍, 금호타이어, 숭실대 등 12개 기업은 근로자 1000명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이다. 유일하게 명단에 포함된 공공기관은 대한장애인체육회이다. 해당 사업장은 사업주 성명, 사업장 명칭·주소 등이 관보에 게재되거나 고용부 홈페이지(www.moel.go.kr)에 6개월 동안 게시된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는 직원 1480명 가운데 여성이 58명으로 3.9%이다. 94명의 관리자 가운데 여성은 아예 한 명도 없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엠텍도 여직원 비율이 2.8%인 32명에 불과하고 모두 하위직이다. 금호타이어도 비슷해 여직원 비율 4.9%에, 315명의 관리자 중 여성은 4명이다. 이렇게 대기업 또는 관련 업종의 대표격인 기업들이 고용부의 개선촉구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3년 연속으로 여성고용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마당에 다른 기업은 말해 무엇하랴.

이번 명단공개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AA)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4년 4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개정에 의한 조치이다. 고용개선조치제도는 공공기관과 5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여성 근로자와 관리자 비율을 충족토록 유도해 고용에서 성차별 해소와 남녀고용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로 2006년에 도입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공공기관 322개, 민간기업 1718개가 대상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도입으로 여성고용률은 지난해 37.8%로 높아졌고, 여성관리자 비율도 2012년 16.6%에서 지난해 20.1%로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의 업종과 일의 특수성 등을 내세워 무시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번에 명단이 공개된 기업들은 기준인 여성근로자나 관리자 비율이 같은 업종 또는 규모별 평균의 70%는 고사하고 아예 관리자가 없거나 몇 명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를 알고 고용노동부가 명단 공개직전 수차례 경고를 했지만, 3년 연속 미달한 기업은 무려 734개. 이 가운데 이행을 촉구해도 개선하지 않는, 명단공개 대상인 93개 기업에게 또 한번 대책 마련의 기회를 주고, CEO가 일·가정 양립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노력만 보여도 예외로 해 주었지만 27개 기업은 이것조차 외면했다.

고용노동부는 “적극적인 고용 개선조치의 효과를 내기 위해 처음 명단공개까지 한 것”이라면서 “대규모 사업장이 고용의 남녀차별 해소와 일-가정 양립확산을 선도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제도의 적극적인 시행과 망신주기로 기업들이 여성차별 관행을 얼마나 바꿀지는 미지수이다. 그동안의 행태나 과정을 보면 ‘배 째라’는 식의 태도를 버리지 않는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의 고용확대와 승진에서의 차별해소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단추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그렇고, 여성의 능력과 재능을 활용하고, 나아가 저출산까지 극복하는 바탕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이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사회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여성차별적인 고용과 임금체계, 인사관행부터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명단공개가 부끄러워 ‘억지 춘향’식으로는 결코 두꺼운 유리천장을 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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