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발표

-하이트진로·유진·중흥건설·금호석유화학 순 미등기임원 재직률 높아

[SRT(에스알 타임스) 이승열 기자] 대기업그룹 총수일가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책임경영 측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 10곳 중 7곳에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돼 있어, 본연의 사회공헌 활동보다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해 27일 발표했다.

이번 지배구조 현황 분석은 67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2,521개(상장사 288개, 비상장사 2,233개) 회사의 2021년 5월 1일 ∼ 2022년 4월 30일 기간 중 ▲총수 일가 경영 참여 현황 ▲이사회 구성 및 작동 현황 등에 대해 이뤄졌다.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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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총수가 있는 공시대상기업집단 58개의 소속회사 2,394개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348개사(14.5%)로 나타났다. 또 이들 회사의 등기이사는 8,555명이었고, 이 중 총수일가는 5.6%(480명)를 차지했다. 

특히 총수일가는 기업집단의 주력회사,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이사로 등재돼 있는 비율이 높았다. 주력회사(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서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의 비율은 37.1%(143개사 중 53개사)로, 기타 회사(2조원 미만 상장사, 비상장사)에서 비율(13.1%) 및 전체 회사에서 비율(14.5%)보다 훨씬 높았다.

또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34.0%(689개사 중 234개사)로, 비규제대상 회사 중 비율(6.7%) 및 전체 회사 중 비율(14.5%)보다 매우 높았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 또는 해당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를 말한다. 

특히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돼 있는 회사(348개)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234개)의 비율은 67.2%에 달했다.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104개사)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75개사)의 비율은 72.1%로 더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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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66개)에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돼 있는 비율은 66.7%(44개)에 달했다. 계열사 주식 미보유 공익법인(112개)의 경우(40개, 35.7%)보다 매우 높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공익법인이 본연의 사회적 공헌 활동보다 편법적 지배력 유지·강화에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정위는 의결권 제한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내년에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은 계열사 보유주식에 대한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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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가 1명 이상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는 2,394개 중 126개사(5.3%)로 나타났다. 비상장사의 경우 3.2%(2,128개 중 68개)에 불과한 반면 상장사의 경우는 21.8%(266개 중 58개)에서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하이트진로가 46.7%(15개사 중 7개사)로 가장 높았고, 유진 20%, 중흥건설 18.2%, 금호석유화학 15.4%, 장금상선 14.3% 순이었다. 

특히 총수일가 미등기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재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건수 178건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재직하는 경우는 58.4%(104건)나 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총수일가 미등기 임원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집중적으로 재직하고 있는 바, 총수일가의 책임과 권한이 괴리되는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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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본인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사례도 26명이나 됐다. 이들은 총 62개의 직위를 맡아 평균 2.4개의 회사에 재직 중이었다. 총수 본인의 미등기임원 겸직 수는 중흥건설(10개), 유진(6개), 씨제이(5개), 하이트진로(5개), 한화(4개), 장금상선(4개)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과 미등기임원 재직 비율이 전체적으로는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즉, 총수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비율 자체는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2018∼2022) 총수일가 이사 등재회사 비율은 2018년 21.8%에서 올해 14.5%로,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7.5%에서 5.6%로 각각 감소했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 비율도 전년대비 0.4%포인트(5.7%→5.3%) 감소했다.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은 계속 도입되고 있다.

먼저 사외이사 수는 6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288개 상장사에서 954명을 기록해 전체 이사(1,846명) 중 51.7%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51.0%(1,745명 중 890명)보다 0.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공정위는 상법·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소 선임 기준(840명)을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도 지난해 78.8%에서 올해 85.8%로 늘었고, 전자투표제 도입 회사 비율(75.2%→83.7%)과 실제 실시한 회사 비율(73.4%→83.0%)도 증가했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비율(78.3%)과 반대 비율(8.7%)도 전년(74.5%, 6.4%) 대비 증가했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앞으로도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현황 등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공개함으로써 시장의 자율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자발적인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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