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은 정부도 믿지 않는다. 기업도 못 믿는다. 미디어도, 비정부기구(NGO)도 그다지 믿지 않는다. 심지어 이웃도 믿지 않는다.

한 홍보업체(에델만코리아)가 여론주도층 200명을 포함한 한국인 1천1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28%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28개국이 평균(41%)보다 무려 13%p 낮았다. 정부 관계자에 대한 신뢰도는 더 낮아 17%에 불과했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 역시 29%로 최하위였다. 28개국 평균(52%)의 절반 수준이며, 전년보다 4%p 하락했다. 기업 CEO에 신뢰도 역시 24%로 기업보다 더 낮았다. 미디어 신뢰도도 40%에 불과했고, NGO 신뢰도 역시 56%로 절반 수준을 조금 넘었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질문에도 우리나라 응답자의 11%만이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으로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공동체 내에서 개인 간 협력을 끌어내는 신뢰, 규범, 연결망(네트워크)과 같은 사회자본이 이러니 타인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을 수가 없다. 2014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3위로 하위권이다. 당연히 사회갈등지수는 높아 2009∼2013년까지 7위였다.

말 그대로 ‘불신 대한민국’이다. 이런 국가를 누가 만들었나. 두말할 필요 없이 사회 지도층과 정치권, 정부 관료와 기업인들이다. 부패와 비리, 정경유착, 도덕불감증, 사회공동체에 대한 무관심, 정의를 무너뜨리는 위법과 거짓말, 공정하고 엄정하지 못한 법질서, 이기적 진실에 사로잡힌 미디어가 이런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는 그것의 상징이다.

믿음이 없는 곳에는 소통도, 화합도 없다. 국민이 정부와 기업을 믿지 못하는 나라는 발전이 없다.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자세, 그것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에 ‘공동체 정신’이 자라날 수 없다. ‘흙수저’란 자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부의 극단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곳에 사회갈등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불신 대한민국’을 ‘믿음의 대한민국’으로 바꾸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부는 책임성과 도덕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실명제, 이력제 등을 제안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SR)을 강화하고, 언론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실’만을 보도하고, 사회의 온갖 부정과 비리에 법은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보라. 대통령부터 온갖 이권과 비리를 저질러 놓고도 반성은커녕 거짓말로 국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국민들로부터 “이게 나라냐”는 절망과 탄식을 나오게 만들고, 재벌 총수들이 제 잇속 챙기자고 비선실세에게 수백억 원을 갖다 바치는 나라이다. 국민이 국가를 못 믿으면, 그 국가는 망한다. 경제성장도 좋고, 일자리 늘리기도 좋고, 복지도 좋다. 그러나 그것도 믿음이 없는 사회라면 소용없다.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믿음’이다. 정치를 믿고, 정부를 믿고, 법을 믿고, 기업을 믿고, 언론을 믿을 수 있는 나라.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 양극화가 해소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각자 고민해야 한다.

지도자, 정치권, 재계, 검찰, 언론에 대한 국민의 새로운 기대와 열망이 높은 지금이 어쩌면 좋은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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