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조인숙 기자] 월 소득 2326만원, 월 지출 970만원. 금융자산 100억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일 발간한 ‘2017 부자보고서'(Korean Wealth Report)’의 ‘대한민국 부자들’이다. 금융재산 10억원 이상 고객 1028명의 설문조사로 알아 본 부자는 일반 가계보다 한 달에 3배 이상의 돈을 쓴다.

서울 강남3구 부자들이 월 1056만원으로 가장 많이 쓰고, 나머지 서울 부자는 886만원이다. 오히려 수도권(914만원)과 지방(901만원) 부자들의 씀씀이가 크다. 이렇게 써도 수입이 워낙 많으니 매달 차곡차곡 금융재산은 불어난다.

부자고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 파악한 바로는 우리나라 부자 절반은 가업 또는 재산을 물려받았다. 30%는 부동산투자에 성공해서 부자가 됐다.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 사람은 20%로 5명 중에 4명이 금수저들이다.

이렇게 부자가 되었으니 시간도 많을 수밖에. 절반 이상이 하루 7시간 이하로 일하는 대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40%가 평일에 9시간을 넘게 일하는 일반인보다 3.5배(주말에는 2배) 이상 많이 가진다. 그 시간을 이용해 골프나 음악회 등 스포츠(27%)와 문화예술향유(18%), 쇼핑·외식(16%)도 많이 한다.

자기계발에도 시간을 투자하는데, 주로 영어와 경영전략 및 리더십 분야이다. 재산관리, 유산관리를 위해서인지는 모르나 자식들의 전공도 경영학(18%)을 가장 바라며, 그 다음이 의학계열(17%)이다. 어떤 전공이든 상관없다는 부자도 11%나 된다.

돈이 많으니 당연히 자녀들에 결혼자금도 아끼지 않는다. 일반인보다 5억원 이상 많은 평균 6억~7억원을 쓴다. 자녀 결혼시킬 때는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배우자의 인품이고, 그 다음이 집안이다. 딸인 경우는 사위 될 남자의 전문직 여부(13%)도 고려 대상으로 삼는다.

손주들에 대한 사랑도 당연히 각별하다. 때문에 현재는 9% 수준이지만 부자들 39%는 손주에게 증여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이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부자 대부분 대물림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란 얘기다. 더구나 그 대물림 자체로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부자’가 되기란 갈수록 쉽지 않아 보인다. 부자들은 씀씀이도 크지만 그만큼 수입이 월등히 많다 써도 갈수록 재산은 많아지는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돈 걱정 없이 시간여유를 가지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문화생활을 즐긴다.

이를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다만 그들만 행복하고, 그 행복을 대대로 이어가는 세상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사회에 대한 부자들의 책임과 역할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 달에 쓰는 970만원에 ‘자선’은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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