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전경
▲세종시 전경

-박순옥 이장 “우리 마을은 돌아가면서 김장…이날이 잔치날“

-일부는 환경미화원과 청경에게 전달…”연말을 따뜻하게 데워“

[SRT(에스알 타임스) 서중권 기자] 해마다 찾아오는 김장철이 동네 잔치날 분위기로 바뀌며 이웃사랑을 나누는 시골이 있다. 넉넉한 인심에 입담 또한 푸짐하다. 각박한 세상 인심하고는 거리가 멀다. 순백한 풍경을 연상할 수 있는 한편의 수채화다.

자신을 ‘푼수 이장’이라고 소개하는 세종시 봉산2리 박순옥 이장의 ‘김장일기’가 따뜻한 온기로 전달되고 있다. 박 이장의 이 일기는 ‘나눔’의 선행은 물론 평화로운 마을풍경을 잘 나타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2일 공개된 그녀의 김장일기를 소개한다.

어제 절인 배추를 새벽 5시에 씻어 서너 시간 물을 빼내고 갖은양념을 섞어 버무렸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걸 알고 예상하지 못한 분들까지 합세해 오전에 김장을 끝냈다. 점심 메뉴는 탕수육 잔치국수 청포묵으로 낙점됐다.

주인장을 하도 찾아서 점심하랴 박스작업하랴 날아다녔다, 빵과 음료수 과일 등을 챙겨오시는 분들이 있어 이장 얼굴이 조금 살았다.

이제 겨우 모든 김장 배달이 끝났다. 하하 호호 즐겁게 그 힘든 일을 하시는 모습에 마음 가득 짠하고 기뻤다.

우리 마을 영부인이 말한다. ”누가 먹나 좋겠다“고 그의 이름은 권양숙이다, 정성을 다했다는 뜻이다 우리 마을은 돌아가면서 김장하고, 집집마다 수육·잡채 등 그야말로 잔칫상이라 이장댁 메뉴가 바뀐 것이다.

한 이틀 쉬면서 뒷설거지하고 메주 쑤어야겠다

올해는 된장을 넉넉히 담아두어야겠다, 생각 없이 퍼주던 된장 간장이 이렇게 비싼줄 몰랐다. 에고, 벌써 김치가 맛있어서 밥을 두 공기 먹었다고 전화가 왔다.

이장은 푼수다, 그래요 하하하 더 줄 거를, 그러고 전화를 끊는다. 엄청 많이 주고는.

오늘도 우리 마을 주민들은 죽어 자겠다, 참 보람되고 긴 하루를 짧게 보냈다 해복하세요 계속.

이 내용 가운데 권양숙 여사가 등장하는데, 해프닝이 있다, 박 이장에 따르면 하루는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어왔다. ”나 경찰서장이야“ 상대의 전화에 노모는 며느리에게 전화를 바꿔주었다.

”나 경찰서장이야“ 상대의 전화에 며느리는 대뜸 ”나 영부인이야“로 응수하자 상대는 이내 전화를 끊었다, 사실 며느리의 이름은 권양숙이다. 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동명인이어서 ‘영부인’이란 닉네임으로 통한다.

이 일화가 있은뒤 봉산 2리의 ‘영부인’은 마을에서 빼놓지 않는 웃음거리가 됐다.

동네 사람들의 정성이 깃든 이 김장김치 일부는 최민호 세종시장에게 전달됐다, 민심과 함께. 감사하게도 이 김치는 형편이 어려운 시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최 시장 배우자인 전광희 여사는 ”시장님께서 민심이 담긴 그 맛난 김치를 시청에서 일하시는 어려운 환경미화원과 청경들에게 나눠주시겠다“고 박 이장에게 알려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박 이장의 사랑김치와 나눔의 김치를 받는 분도 따뜻한 마음에 감사할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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