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출산지도' 등 공익광고 속 성차별 여전... 성별영향분석평가법 ‘유명무실’

▲ 행정자치부 저출산 극복 홈페이지(http://birth.korea.co,kr) 내용. ⓒ 행정자치부 
▲ 행정자치부 저출산 극복 홈페이지(http://birth.korea.co,kr) 내용. ⓒ 행정자치부 

[SR타임스 권상희 기자] "이 나라 정부는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 행정자치부의 저출산 극복 홈페이지를 보고 네티즌들은 각종 SNS에 분노하는 글을 쏟아냈다. 네티즌들은 홈페이지의 내용이 “여성은 아이를 만드는 기계일 뿐이라는 여성혐오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차별 방지를 위한 성별영향분석평가가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및 산하기관 공익광고의 성차별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성별영향분석평가법에 따라 2012년부터 시행된 성별영향분석평가는 법률·대통령령 등의 제정안·개정안을 비롯해 3년 이상 주기의 정부 계획,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사업 등에 있는 성차별적 요소를 평가하는 제도이다.

▲ 행정자치부 저출산 극복 홈페이지(http://birth.korea.co,kr) 내용. ⓒ 행정자치부 
▲ 행정자치부 저출산 극복 홈페이지(http://birth.korea.co,kr) 내용. ⓒ 행정자치부 
▲ 행정자치부 저출산 극복 홈페이지(http://birth.korea.co,kr) 수정 공지문. ⓒ 행정자치부
▲ 행정자치부 저출산 극복 홈페이지(http://birth.korea.co,kr) 수정 공지문. ⓒ 행정자치부
▲ 대한적십자사 헌혈 공모전 공익광고 포스터. ⓒ 대한적십자사
▲ 대한적십자사 헌혈 공모전 공익광고 포스터. ⓒ 대한적십자사

지난해 12월 행정자치부는 대한민국 출산지도에 지역별 가임기 여성 인구수를 표기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해당 사이트는 현재 간단한 공지사항만 올라온 상태로 닫혀 있다. 이에 대해 6일 여성단체에서는 반발 시위까지 열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대한적십자사에서 공개한 헌혈 공모전 공익광고 포스터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자의 빨간색은 자신의 겉모습을 살릴 때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때 더 빛이 난다'는 문구는 여성들의 소비는 비난하며 헌혈을 촉구하는 뉘앙스를 담고 있어 거센 반발을 빚었다.

▲ 보건복지부 저출산 방지 공익광고 '아기의 마음'편.  ⓒ 보건복지부 
▲ 보건복지부 저출산 방지 공익광고 '아기의 마음'편.  ⓒ 보건복지부 
▲ 보건복지부 2010년 게시글 '여성의 아름다운 가슴이란' ⓒ 보건복지부
▲ 보건복지부 2010년 게시글 '여성의 아름다운 가슴이란' ⓒ 보건복지부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설현의 아름다운 고백' 유투브 영상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설현의 아름다운 고백' 유투브 영상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8월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방지 공익광고로 '아기의 마음'이라는 동영상을 유투브에 게시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같은 달 '여성의 아름다운 가슴이란'을 주제로 여성의 가슴 모양에 대해 평가하는 2010년 작성글이 논란이 되자 글을 갑자기 삭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를 독려하기 위해 유투브에 ‘설현의 아름다운 고백’이라는 공익광고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되었다. 이 모두가 2016년 한 해 동안 벌어진 일이다.

2016년에 논란이 된 이 같은 사건들은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여성가족부는 2015년 11월 직접 나서서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의 홍보물 속 성차별적 요소를 분석, 평가하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가부가 연말까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정부 부처와 자치단체에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만 무려 5건의 정부 홍보물이 논란이 되었다.

이같은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9월 국정감사에서도 정부 홍보물에 들어가는 성차별적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기순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2015년 12월 “법령·계획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이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해온 성별영향분석평가 제도를 내년부터 광고 등 홍보사업에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가 적용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성가족부는 논란이 된 정부 홍보물들을 단 한 건도 막지 못했다. 여성가족부 성별영향분석평가과 담당자는 "정부 홍보물에 관해서는 사전에 가이드라인만 내보낸다“고 말했다. 성별영향분석평가과는 사전 교육만 할 뿐이지, 사후 처리나 모니터링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가부의 설명에 따르면 성별영향분석평가과는 성별영향분석평가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서 지자체에 배포한다.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스스로 점검하는 것일 뿐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강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을 보고도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소극적 대처는 공익광고 성차별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별영향분석평가과 담당자는 "(여성가족부가) 정부 홍보물을 다 볼 수도 없고 그럴 인력도 예산도 없다"며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은) 법령, 계획, 그리고 정부에서 지정한 사업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홍보물에 대해서는)사전에 평가할 권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BS의 2015년 11월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 공익광고 등 홍보물을 사전에 평가하도록 자체 기준을 마련하게 되어 있다. 적극성만 가지고 나선다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가부는 이에 “(여성가족부는) 지자체를 총괄 및 지원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지극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익광고가 일반 상업광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여가부는 공익광고 및 홍보물의 성차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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