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엔케이컨텐츠
▲김민재. ⓒ엔케이컨텐츠

- “힘 있는 장면은 느껴지는 것...축귀 신, 제 연기 아쉬워”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지난 19일 개봉한 공포 스릴러 영화 ‘미혹’에서 열연을 펼친 김민재 배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SR타임스 등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반도’, ‘돈’, ‘더 킹’, ‘뷰티 인사이드’, 드라마 '방법', '열혈사제',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등 스크린과 드라마를 오가며 리얼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여온 김민재 배우. 그는 이번 영화 ‘미혹’에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 불안과 공포에 빠진 가족을 지키려는 목사 ‘석호’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Q. 완성된 영화 ‘미혹’을 본 소감은 어땠나.

일단 관객들에게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부분이 잘 전달되면 좋겠다. 관객분들에게 트라우마 속에서 겪었던 공포나 두려움이 정돈될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공포 영화라는 장르 안에 적절하게 잘 버무려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김진영 감독님과 앞으로 더 작업하고 싶다.

집은 보호받아야 할 공간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처럼 지혜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다. 남의 문제가 곧 내 문제일 수 있다는 인식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다. 사람 간에 갈등이 생기면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많이 부족해지는 시대 같다. 

이 영화는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미덕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울컥해지는 장면들이 많았다. 가족이 아니었던 아이 이삭이 엄마에게 가장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 설정이 흥미로웠다.

이 영화는 우리가 보고 믿는 것에 대한 것 그리고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래서 종교적인 부분도 감독님이 넣으신 것 같다. 소속감을 얻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이 영화에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아이가 나오는 장면이 마음 아프다. 

▲'미혹' 현장 스틸. ⓒ엔케이컨텐츠
▲'미혹' 현장 스틸. ⓒ엔케이컨텐츠

Q. 김진영 감독의 디렉팅 스타일은 어땠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잘 듣고 잘 보려고 하는 감독님이다. 많이 고민하고 심사숙고하고 경청하고 공감을 많이 해주는 스타일이라 신뢰할 수 있었다. 덕분에 다른 것에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 없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Q, 박효주 배우와의 연기 케미가 궁금하다.

굉장히 영리하고 지혜로운 배우다. 배울 것이 많았다. 안정감을 주고 다른 생각이 안 들게 한다. 작업 파트너로서 역할의 감정적인 부분, 신 밖에서 해야 할 것들에서의 소모가 전혀 없었다. 일을 같이하면서 너무 감사했다.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덕분에 즐겁고 유쾌하게 작업했다. 

배우로서의 존재감과 위치, 엄마의 역할 등에서 원숙미가 확실히 느껴졌다. 감정적인 연기에서 본인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장면들도 있다. 여유 있는 촬영환경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는데 잘 해내시더라.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할 정도로 감탄하는 부분이 있었다. 제가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고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분이다.

Q. 이 작품에서 아빠 역할을 맡았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영화에서처럼 많은 아이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공포인 것 같다. 저도 아이를 키워봐서 아는데 엄마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하나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 말이 이제는 이해가 간다. 영화적 판타지란 결국 저의 상황을 대입해 보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긍정적 수용을 받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미혹' 스틸. ⓒ엔케이컨텐츠
▲'미혹' 스틸. ⓒ엔케이컨텐츠

Q. 영화에서 마음에 든 장면이나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식탁 장면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융화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아역 배우들 연기가 좋았다. 첫째 주은 역의 경다은 배우 연기가 인상 깊었다. 

Q. 연기 뿐만 아니라 연출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장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봄에 찍는다. 20대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마동석 배우가 제 연출에 대한 꿈을 지지해주고 있다. 영화 쪽 일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화 시나리오는 계속 취재를 통해 수정하고 있다. 내용은 감옥에서 출소하는 남자와 이복 여동생이 나온다. 부모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자기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자기 세계를 만든다는 것은 중요하다. 오이디푸스 이야기에서도 보면 아버지 때문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물려받은 것이 있으면 변화의 시기에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런 것을 내려놓고 자기 삶을 살려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저는 배우로 출연하지는 않고 연출만 한다. 캐스팅은 이야기가 완성된 뒤에 할 예정이다.

Q. 감옥에서 출소하는 주인공 이야기라고 하니 얼마 전 개봉한 야쿠쇼 코지 주연 ‘멋진 세계’가 떠오른다.

드라마 성이 더 짙다. 요즘 20~30대 이야기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자 주인공도 타투이스트가 꿈인 사람이고 젊은 사람들이 찾아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창작이라는 것은 묘미가 있다. 내 이야기가 아닌 듯 이웃의 이야기를 하면서 공유하고 공감하고 위로해나가는 것이 제일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미혹' 스틸. ⓒ엔케이컨텐츠
▲'미혹' 스틸. ⓒ엔케이컨텐츠

Q. 연출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20대 시절 연극을 하면서 관객이 안 들고 회의를 느끼던 때가 있었다. 극단이 1년 정도 문을 닫았고 그때 글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창동 감독님을 찾아갔다. 저를 굉장히 아껴주셨고 지금도 마찬가지시다. 감독님이 허락해주셔서 많이 배웠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오아시스’의 문소리 선배와 설경구 선배 주변 인물들이 저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연기에만 관심만 많지, 세상에 관한 관심이 없는 제가 부끄러웠다. 배우가 아니더라도 촬영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참여라고 하고 싶다고 인터뷰했다. 그걸 계기로 밀양에서 단역으로 출연했고 이창동 감독님과 계속 인연이 이어졌다. 정말 많이 배웠다.

Q. ‘범죄도시 3’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형사로 출연하고 ‘범죄도시 3’는 10월에 작업이 마무리된다. 그리고 ‘범죄도시 4’ 촬영에 바로 들어간다. 캐릭터 이름이 ‘김만재’인데 마동석 배우의 저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Q.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목사 역을 맡아 연기에 부담감이 컸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특히 그랬나.

중요한 것은 문화적인 부분이었다. 제가 기독교 문화를 잘 안다고 하더라도 그게 잘 아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기도하는 것이라든지 교인분들에게 많이 여쭈어보고 참고했다. 여러가지를 듣고 보고 했다. 그래도 미흡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에게 불편한 점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Q. 축귀 장면에서의 연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담감이 정말 컸던 것 같다. 늘 창작 작업에서는 즐거움을 잊어버리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담된다는 자체가 저 스스로 정돈이 안 됐다는 뜻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쉬웠다. 좀 더 다르게 접근했어야 하지 않았나, 좀 과하지 않았나, 더 섬세하게 접근했어야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존재를 드러내거나 표현하는 것보다는 상대 배우와의 연결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축귀를 하는 것은 아내 현우가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현우를 변화시킬 만한 했나 돌아봤다. 힘 있는 장면은 보여지는 게 아닌 느껴지는 것이다. 

식탁 신은 그런 부분과 에너지들이 아주 살아있다. 축귀 장면은 박효주 배우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더 많은 의지를 발현했어야 했다. 배우 본연의 제 모습을 잃지 않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제 가치관을 담아 이야기에 충실할 때 그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다가간다고 생각한다.

▲김민재. ⓒ엔케이컨텐츠
▲김민재. ⓒ엔케이컨텐츠

Q. 석호를 어떤 인물이라고 분석하고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그가 가정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맞다. 다만 방식이 억압적으로 보일 수 있고 직설적일 수 있다. 식탁 장면에서도 그렇다. 사람이 현실을 살아내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때 서로의 욕망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서로 자기 생각이 옳다고 하기 때문이다. 

계속 현우가 상처를 인정하지 못하고 벗어나지 못하는 장면들이 있다. 그 상처를 석호가 돌보지는 않고 그저 아내가 일상적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느낌이 강하다. 이삭이 오면 그것을 대체하고 덮을 수 있다고 보는 모습도 나온다. 석호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 상처를 외면하는 사람, 자기 상처를 마주할 용기가 없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상처나 고통이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주 서지 못하는 문제들은 계속 돌아서 온다. 

Q. 끝으로 배우나 연출자로서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린다.

사람들과 시간을 나눌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큰 기계 속 부품처럼 살아가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감동을 주고받는 일들을 계속해나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미혹’은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진 가족이 새로운 아이를 입양하게 되면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 미스터리 공포 영화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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