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주. ⓒ엔케이컨텐츠
▲박효주. ⓒ엔케이컨텐츠

- “자신을 돌아볼 시간 가질 수 있는 작품”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미혹’에서 주연을 맡은 박효주 배우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SR타임스 등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효주 배우는 단아한 모습으로 인터뷰 현장에 나타나 차분하게 영화와 연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Q.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덮었다. 소화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겁이 났는데 며칠 동안 묘하게 잔상이 남았다. 현우의 사연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님을 만나고 결정하자 생각했는데 인상이 매력적이었다. 센 캐릭터를 만드셨는데 맑은 눈빛을 가진 밝은 분이셨다. 대화를 나누면서 믿고 가도 되겠다고 생각해 출연을 결정했다. 극한의 감정만 몰고 가는 분이면 걱정했을텐데 그렇지 않았다. 시나리오에 나름의 이유가 녹아있었고 감독님만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해 겨울 한달반 동안 촬영했다.

Q. 공포영화에서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느꼈나?

겁은 나지만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 정서를 담았을 때 어떤 표정과 행동으로 신들을 소화하고 표현할지 궁금했다. 안해본 연기라서 걱정과 설렘이 함께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미혹’은 스케어 점프보다는 악하고 부정적인 마음, 나쁜 기억의 정서를 마귀가 이용한다는 것이 와닿아서 시작했다고 하셨다. 저도 마찬가지다. 현우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상황의 공포보다 자신의 부정적인 기억과 불안한 심리상태를 계속 끌고 가야하는 것 자체가 공포스러웠다. 가족이나 관객에게는 엄마가 이상해 보이고 공포겠지만, 현우를 연기하는 저에게는 너무 깊은 그리움이자 슬픔, 반가움이었다. 그리운 사람을 잃으면 죽어서라도 그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을 갖는데 저도 그런 마음이었다.

Q.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신은 무엇이었나?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뭔가에 홀린 듯이 연기한 것 같다. 그런데 그보다는 극한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신들이 더 힘들었다. 축귀신이나 석호와의 신들이 쉽지 않았다. 감정적으로 응축되고 가둬놓았던 마음을 터트려야하는 과정들이 있었다. 그런 신들을 준비하고 촬영하는 부분에서 가장 큰 소모를 했고 힘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겨울철에 물에 들어가야 해서 모든 스태프가 회의를 거듭했고 안전에 굉장히 주의했다. 다행히 크게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Q. 촬영 중 안면마비가 왔었다고 기자간담회 때 밝혔는데 건강해 보여 다행이다.

병원에서 한번 더 그러면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촬영 막판이라 무리도 했고 몸이 아플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를 찾는 장면에서 불안한 심리를 연기해야 했다. 비도 오고 날씨가 너무 추웠는데 세 번째 테이크에서 입이 좀 불편하다고 느꼈다. 모니터링을 하는데 입술이 계속 말렸다. 순간 무서웠다. 눈물이 나고 숨쉬기도 힘들었다. 2시간 정도 마을회관에서 쉬고 마지막 컷을 촬영했다. 

Q. 첫째딸 역 경다은 배우가 연기를 잘하던데 둘의 케미는 어땠나.

아직은 어린 배우라서 촬영전 만나 불편하지않게 대화도 나눴다. 서로 배우끼리 열심히 하자고 했다. 촬영이 끝나고는 미안했다. ”우리 나중에 재미있는 영화에서 만나자. 이모 굉장히 웃긴 사람이야“라고 말해줬었다. 제가 영화 촬영 내내 예민했었고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삭 역의 박재준 배우도 그렇고 아역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줬다.

▲박효주. ⓒ엔케이컨텐츠
▲박효주. ⓒ엔케이컨텐츠

Q. 감독님의 디렉팅 스타일은 어땠나?

귀가 열려있는 분이다. 이야기가 구현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소통의 불편함이 생길 수 있는데 일방적이지 않았다. 본인이 쓴 시나리오가 있지만 배우든 촬영팀이든 그럴 수도 있겠다하는 점에 대해 소통을 잘해주셨다.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스타일이다. 귀 기울이는 몸짓과 표정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Q. 영화에 종교적인 요소가 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영화에서 어떤 직업군을 다룰 때는 그것이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축귀 의식은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다. 교회라는 배경과 목사라는 직업은 영화적 장치라고 생각한다. 절대 그런 마음을 가져서는 안되는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그것이 보였을 때 감정의 격차는 더 크기 때문에 그렇게 설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인이지만, 오히려 공감을 많이 했다. 아무런 의심없이 믿는다는 것은 온전한 믿음일까라는 질문을 늘 하게 된다. 내 마음이 편하고자 믿어버리는 것은 한번 쯤 들여다 봐야한다고 한동안 생각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믿음을 재확인하지만, 그럼에도 흔들릴 수 있는 인간의 나약함에 공감이 있었던 사람이라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Q.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연기에 임했는지.

제 모습이 낯설었다.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서 이 작품에 참여했는데 묘했다. 마지막 뛰는 장면에는 엄마와 딸의 관계, 모성, 사랑, 희생 모든 것들이 다 있다. 그것에 옭아매인게 현우다. 또 잃은 것에 대한 분노도 있다. 엄마가 아닌 인간의 갈등이 있지만, 다시 모성으로 가야하는 어쩔 수 없는 관계를 연기한다는 게 사실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꼭 표현하고 싶었다. 제일 고민이 많은 신이었다.

Q. 영준 역의 차선우 배우와의 연기 케미는 어땠나?

차선우 배우가 힘들었을 것 같다. 전에 만났던 적이 없어 궁금했는데 항상 현장 상황을 흡수할 준비가 되어있는 배우라 이야기하기 편했다. 현우에게 영준은 굉장히 중요한 존재다. 차선우 배우의 눈을 볼 일이 많았는데 정말 묘했다. 묘하다는 건 좋은 의미이고 지금 껏 보지 못했던 눈빛이다.

Q. 김민재 배우와의 연기 케미도 궁금하다.

김민재 배우 역시 ‘미혹’을 통해 처음 만났다. 영화 ‘화차’에서 김민재 배우를 처음 봤고 언젠가는 꼭 뵙고 싶었다. 현장에서 자기만의 아우라가 확실한 분이셨다. 현우와 석호는 감정이 쌓여있는 상태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가 쉽지 않았다. 김민재 선배와 촬영하고나면 제 캐릭터를 더 알게 되더라. 얻는 게 많았다.

세렝게티의 초원같은 분이라고 별명도 지었다. 그만큼 동물적이고 매 장면마다 날것의 호흡이라 예상할 수 없다. 계산된 것보다 찰나의 몰입과 표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라 비우고 대면해야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서 리액션을 했을 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장면이 나온다. 온전한 믿음이 생기는 배우다. 매번 그런 현장을 겪는 것은 선물같은 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미혹’을 떠올렸을 때 김민재 배우와 함께 한 신들은 늘 생각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팬이 됐다. 

▲박효주. ⓒ엔케이컨텐츠
▲박효주. ⓒ엔케이컨텐츠

Q. ‘호텔 레이크’ 이후 다시 공포 영화에 출연하게 된 소감은?

‘호텔 레이크’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 작업했는데 팬데믹 시기 무대인사가 영화관에서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래서 ‘미혹’ 시나리오가 너무 반가웠다. 장르보다는 영화 작업에 대한 기대가 컸다. ‘미혹’은 놀라게 하는 것보다 심리를 같이 파고 든다. 자신의 악을 들여다봐야하는 공포가 있고 그걸 건드리는 시나리오다. ‘귀신의 등장이 아니라 사람이 미쳐가는 과정이 제일 무서운 거야. 그걸 연기하고 싶어’가 큰 줄기였다. 그 부분에서 전작과 차별화될 수 있었다고 봤다.

Q. 공포가 인간 관계 속에서 도출되는 영화다. 현우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본인과의 유사점이나 차이점을 느낀 지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현우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목사 남편을 내조해야하는 아내 그리고 여자다. 엄마, 아내, 여자라는 세 가지는 여성이 사회에서 경험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저 또한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며 경험했다. 여자로 살아가면서 그 균형감에 대해 ‘나는 아주 안정적이야’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한다. 같은 여자로서 그런 공감이 이 영화에 임하는 연기에 바탕이 된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은가?

1인 2역을 해보고 싶다. 짐 자무쉬 감독의 ‘커피와 담배’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한 테이블에서 상류층과 하류층 자매 연기를 동시에 한다. 연기학도 입장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꼭 한번쯤 해보고 싶다, 도전해보고 싶다며 그런 연기를 늘 꿈꾸고 있다.

Q. 끝으로 관객분들이 ‘미혹’을 어떻게 봐주셨으면 하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현우의 입장을 따라가면서 끝까지 봤을 때 마지막에 눈물이 난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었다. 엄마 입장에서 그렇게 많이 느끼시는 것 같다. ‘미혹’을 현우, 석호, 이삭, 주은 등 인물들의 심리로 다가가서 함께 공감해 따라와 주시면 좋겠다. 이 작품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미혹’은 슬픔에 빠진 가족이 새로운 아이를 입양하게 되면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 미스터리 공포를 다룬 영화다. 슬픔과 불안, 두려움 등 가족 간의 감정과 심리 변화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스펜스가 관전 포인트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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