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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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까지 더 넣고 싶었던 후보곡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출한 최국희 감독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SR타임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최국희 감독은 스포츠 영화와 케이퍼 무비를 접목한 데뷔작 ‘스플릿’으로 제21회 판타지아 영화제 베스트 데뷔상과 제19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또한 IMF 외환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국가부도의 날’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인터뷰 현장에 ‘건즈 앤 로지스’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최국희 감독. 그는 차분하게 영화와 관련된 질문에 상세하게 답했다. 

Q.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속 가족 구성원들은 영화적 장치 때문에 어느 정도 과장된 면들이 있지만, 평범한 대한민국 가정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를 미리 본 관객들이 자기 이야기처럼 받아들인다.

우선 배세영 작가님이 글을 잘 쓰셨다. ‘진봉’의 캐릭터는 과장되어 있고 어떻게 보면 할아버지 세대의 남편 모습이다. 하지만 남편들은 ‘진봉’의 모습을 조금씩 가질 수밖에 없고, 부모 말을 잘 듣는 아이들도 많지 않다.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가족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과장된 부분이 어느 정도 있지만 많은 관객이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Q. ‘음악이 흐르면 판타지가 시작된다’는 콘셉트의 뮤지컬 영화다. 배우의 현실 연기에서 가창 부분으로 넘어가는 파트가 굉장히 자연스럽다. 이런 연출의 비결이 있다면?

제가 뮤지컬 영화를 볼 때 대사를 하다가 노래를 하는 순간의 오그라듦을 약간 못 참는다. 그럴 때마다 어색하다. ‘뮤지컬 영화는 판타지다’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촬영하니까 쉬워지더라. 

노래마다 어떤 판타지 신을 넣을까, 넣게 되면 그 곡과 내용이 잘 붙을까를 고민했다. 곡마다 겹치지 않는 판타지 신들을 넣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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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속 노래 하나하나가 전부 명곡이다. 이외에 꼭 넣고 싶었던 곡을 꼽는다면?

빠진 곡들도 다 어마어마한 노래들이다. 마지막까지 후보로 있었던 곡 중 하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다. 넣었다면 ‘세연’과 아이들이 화해하는 신에 사용했을 것이다. 같이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촬영하지는 않았다.

Q. 개봉이 2020년 12월로 고지됐다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연기됐다. 그사이에 추가 편집된 부분이 있는지.

없다. 당시 최종편집본 그대로다.

Q. 여러 가지 이유로 촬영본 중에 편집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런 신은 더 넣고 싶었다 했던 부분이 있다면?

‘진봉’과 ‘세연’을 쫓아가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다른 가족 이야기를 더 찍은 부분은 있지만, 분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그 부분들은 편집이 많이 됐지만, 최종본에 있는 아이들과의 신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한다.

Q. 울고 웃게 되는 영화다. 액션 영화 연출 이상으로 감정 신 촬영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감정 신을 설계하고 연출했는지 궁금하다.

미리 배우분들과 합의된 설정으로 찍는다. 일례로 연회장 바깥에서 마지막 노래 부를 때 ‘세연은 울지 말자’ 같은 약속들이 있었다. 

사실 이런 부분은 편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배우분들의 연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이 나오는 것이다. 두 선배님이 어마어마한 연기력으로 잘 표현해주셔서 저의 공이 될 수 없는 지점 같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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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출연 배우들이 디렉팅 방식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한다. OK 컷을 찍어 놓고 배우들에게 마음껏 연기해보라고 한다든지, 상황이나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게끔 연기지도를 한다고 들었다. 

연출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배우들에게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것까지라고 생각한다. 결국 연기는 연기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가이드를 제시하면서 소통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가이드를 주면 좋은 배우들이기 때문에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좁은 가이드를 주는 게 아니라 넓은 가이드를 준다. 

OK 컷이라는 보험이 있다고 생각하면 배우들 마음도 풀어지고 편하게 더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 그렇게 찍은 장면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Q. 감정의 파도타기 연출이 좋았다. 특히 배우들이 극 속에서 감정을 터트린 이후 전개되는 코미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코미디야말로 배우의 연기다. (웃음). 특히 류승룡 배우는 한 박자 빨리 움직이는 코미디 연기의 장인이다. 코미디는 연출자가 계획한 대로 잘 흘러가기 쉽지 않다. 배우 순발력이 우선이고 저는 분위기 조성해주는 정도다.

Q. 류승룡, 염정아 배우의 20대 연기가 웃음을 주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연출 포인트는?

뮤지컬은 판타지라는 선택을 한 지점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질감 없이 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CG가 들어갔지만, 배우들이 20대 역할을 하면서 목소리도 달리하고 연기로 커버해준 부분도 있다. 선배님들이 잘하신 거다. (웃음).

(<하>편에서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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