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 “A은행 행장님 나오시라 그랬더니 너무 열심히 방어하셔서요. 결국 부행장님 나오셨는데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2019년 국정감사 정무위원회 안건에 올랐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대규모 손실사태를 두고 정황과 책임, 향후 대책을 묻는 제윤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 중 일부다. 국회 회의록을 검색하면 이 같은 유감 표명이 봉인(封印)돼 있다. 

해당 시기 기자는 제 전 의원에게 발언 취지를 물었다. 그는 국감 시작 전부터 A은행 대관 담당자들이 임원급 부행장 등과 수차례 찾아와 로비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후 3년에 가까운 시간이다. 여전히 5대 금융의 수장들은 국감을 대하는 불편한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5대 금융그룹 회장(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들이 국감이 열리는 10월 자리를 비운다. 때 마침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10월 13~14일)에 참석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대부분 연차 총회 일주일 전인 7일에서 9일 사이 출국해, 13일 전후 총회가 열리는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일정이 논의되고 있다.

연차 총회 참석 후 해외 IR(기업설명회) 일정을 이어서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회장은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되는 B20(비즈니스 20)에도 참석을 검토 중이다. 조용병 회장은 미국 내에서 이동 해 IR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태승 회장 역시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단체의 초청을 받아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외국인 주주지분이 40~7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보니 금융그룹 회장의 책무 상 당연하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시기가 공교롭다. 오는 10월 4일부터 열리는 윤석열 정부 첫 국감에서 정무위 의원들은 일부 금융그룹 회장들을 증인으로 요청할 예정이었다. 우회적으로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등이 증인신청 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금융권을 조망(眺望)하면, 총체적 난국이다. 은행의 대규모 횡령사고를 시작으로 약 8조6,000억원 규모의 이상 해외 송금 등 각종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고경영자(CEO)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CEO 책임론’도 들끓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오는 단발성 내부통제 강화 의지 표명(表明)과 형식적 사과를 언제까지 봐야할까.

국감은 불의(不義)에 대한 국민의 의(義)가 맞부딪치는 자리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겁먹을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망해야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고언(苦言)이 있다. 망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명운(命運)을 걸겠다는 심정으로 임하는 자세를 보이라는 소리다.

수백억대 횡령 사실, 수십조의 이상 해외송금 사태, 수년간 끌어온 금융그룹 내 수장들의 형사소송과 행정소송 등의 법적리스크, 공적 혹은 사적 인연이 있는 사외이사 선임 등 해결할 문제가 있다면 드러내놓고 고민해야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질타가 두려운가. 투명하지 못하고 각종 비위사실(非違事實)이 지속된다는 점을 무서워해야 한다. 

2022년 10월 국감에서 5대 금융 수장들이 보일 태도가 ‘역사’라는 나이테에 어떤 식으로 박힐지 자못 궁금하다. 염증이 곪아서,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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