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다 오르는데 쌀값만 떨어지고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밥심'이라는 것이 이젠 옛말이다. 식문화가 서구화되고 다변화되면서 쌀 소비가 줄어들어 쌀이 남아돌아 쌀값이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kg)이 ▲2018년 61kg ▲2019년 59.2kg ▲2020년 57.7kg ▲2021년 56.9kg으로 매년 줄고 있다. 1990년(119.6kg)과 비교했을 경우 거의 절반 수준 가량으로 소비가 줄은 것이다.
이에 따라 농업계는 시름이 크다. 전국쌀생산자협회가 발표한 2022년 쌀 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쌀 1kg에 생산비가 2,083원 투입되는데 산지 쌀값은 1kg당 2,036원으로 47원 손해다. 이는 100g 밥 한 공기가 204원으로 헐값에 팔리고, 투입된 비용 208원도 못 건지는 셈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쌀 유통사인 농협은 간편식, 디저트 등 식소비 트렌트에 맞춰 쌀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내놓고 쌀 소비 늘려보겠다는 각오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쌀 가공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연구개발, 제조, 유통, 마케팅 등 각 부문의 역량을 집중시켜 시너지를 높여나갈 것"이라며 "쌀 수급안정을 위해 소비 활성화가 중요한 만큼 경쟁력 있는 쌀 가공식품을 개발해 농업과 농촌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국민들께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농협은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가루쌀(분질미)을 내놨다.
지난 22일 경남 밀양시에 위치한 오리온농협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서 농협은 쌀 소비기반 확대를 위한 가공사업 활성화에 범농협의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리온농협은 농협과 오리온이 지난 2016년 9월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농협이 쌀산업 발전을 위해 가공식품 육성을 통한 새로운 쌀 소비처의 창출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해 오리온과 협력했다.
두 회사는 오리온농협 제과상품에 농협의 쌀 3,000여톤이 투입되는 등 국산 농산물의 소비확대와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함께 힘쓰고 있다.
오리온이 그래놀라바 등 간편대용식으로 여세를 몰아가고 있는 만큼 이 합작 법인은 상품 중에서도 특히 프리미엄 간편대용식을 생산해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런 기조 아래 농협이 이번 간담회를 통해 소개한 분질미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가공 전용 품종의 가루쌀로, 쌀의 한 종류이면서도 전분 구조가 밀가루와 비슷하다.
농협 관계자는 "분질미가 빵이나 떡과 같은 가공제품을 만드는 데 유리해 밀가루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식량안보 확보와 쌀 과잉문제 해결의 돌파구로 분질미를 활용한 가공산업 활성화를 중점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밀 수요의 일부를 분질미로 대체하거나 분질미를 활용한 새로운 쌀 가공식품 개발을 위해 R&D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협의 식품 연구개발 플랫폼인 프랜즈에서 분질미 활용 가공식품 공모도 진행하고 있다.
또 농협은 쌀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에 속도를 낸다. 쌀이 밀가루보다 소화, 흡수에 좋다는 강점을 활용해 간편식, 디저트, 식품소재 등 차별화된 상품 개발을 해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즉석밥 사업 활성화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민족 고유의 식생활 문화를 복원하고, 쌀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지혜를 모아 나가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