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O더콘텐츠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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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관객 수준 높아 장르 영화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 생각”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늑대사냥’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SR타임스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홍선 감독은 ‘공모자들’(2012), ‘기술자들’(2014), ‘변신’(2019)을 통해 ‘장르 영화의 마스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2년 제33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김 감독은 매번 색깔이 뚜렷한 작품을 발표해 센세이션을 일으켜왔다.

개봉과 함께 큰 호평을 얻고 있는 ‘늑대사냥’ 또한 파격적인 액션과 예측불허의 서사, 강도 높은 청불영화 수위 표현으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제7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아 해외 언론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이 외에도 제28회 프랑스 에트랑제국제영화제, 제18회 미국 판타스틱 페스트 호러 경쟁 부문, 제31회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호러판타지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또한 김홍선 감독은 최근 할리우드 유명 에이전시인 WME와도 계약을 맺어 세계 무대에서의 작품 활동도 기대되고 있다.

첫인상부터 개성 강한 크리에이터다운 비범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김홍선 감독. 그는 차분하고 진지하게 영화 ‘늑대사냥’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인터뷰를 통해 하나둘씩 펼쳤다.

Q. 영화가 모든 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다. 서사는 다르지만 마치 존 카펜터 감독의 SF 호러 영화 ‘더 씽’을 처음 봤을 때와 같은 충격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표현 수위와 장르적 특징을 보여준 영화인데 투자 등 제작단계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1990년대, 2000년대에는 제작자나 투자자들이 다양한 장르 영화의 창작에 대해 지금보다 많이 열려있었던 그것 같다. 요즘은 대중성 있는 영화에 더 많이 투자가 들어가다 보니 다양성 영화가 적어지지 않았나 한다. 

처음부터 투자 배급사와 청불로 간다. 혹은 15세로 간다 이야기하고 찍는다. ‘반드시 잡는다’(2017) 경우는 원래 청불로 찍었는데 6개월에 걸쳐 편집해 15세 등급으로 개봉했다.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연령제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늑대사냥’ 경우 투자 배급사에서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해서 편했다. 시나리오 자체가 세다. 100억 넘는 영화가 청불이면 상업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투자 배급사도 있다. 

취향이 갈릴 수 있지만, 투자 배급사도 저도 좋아하는 관객분들이 많겠다고 판단했다. 촬영할 때나 배우들 연기할 때 그리고 준비과정에서 정말 즐겁게 작업했다. 작품 수위를 저를 포함해 배우들, 스태프들이 다 받아들이고 열심히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침체 분위기 속에서 OTT가 커졌고 해외의 다양한 장르와 수위의 영화 드라마를 많이 접하게 됐다. 한국 관객 수준이야 원래 높았지만 다양한 포맷도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충분히 상업적으로 이런 장르가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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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모자들’에서처럼 이번에도 바다 위 배를 무대로 한다. 작품 배경으로 밀폐되고 제한된 공간을 선호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런 것은 아니다. 2017년 필리핀으로 도망친 한국인 범죄자 47명을 집단 송환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이야기의 재미 측면에서 비행기보다는 배를 선택해 설정을 잡았고 프롤로그에 배를 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개연성을 추가했다. 관객분들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굳이 긴 대사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 있으면 평범한 범죄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른 이야기를 섞자 하고 기사를 하나 더 참고해 두 가지 레이어를 가진 다층 구조 영화로 만들었다.

Q. 보통 해외 범죄자 호송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안다. 민간인 접근을 막기 위해서라면 선박 대신 군용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맞다. 주로 항공기를 이용한다. 용의자 구속영장은 48시간 유효하기 때문이다. 제가 관련 법을 다 찾아봤다. 특수한 경우 미리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어 48시간이 지나도 충분히 호송할 수 있다. 그리고 군용기로 호송하기 위해 군부대 협조를 얻는 것 자체가 훨씬 더 어렵다. 영화가 현실과 달라 보이는 부분들을 체크해 둔 부분이 있다. 모두 합당하게 설명해 드릴 수 있다. 

사제폭탄 신 같은 경우에도 부탄가스 통은 발화역할만 하는 것이고 그 밑에 화약이 들어있다. 그 장면에서 반죽 형태의 C4 같은 다양한 폭탄들도 고려했었다. 그런데 그런 폭탄은 일반적으로 구하기 쉽지 않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일반인이 만든 사제폭탄이라는 현실적인 디테일을 담겨있다.

알파가 움직일 때 쿵쿵 쇳소리가 나는 것은 척추, 고관절, 무릎, 발까지 전부 텅스텐이 박혀있어서다. 당시 자료를 참고해 설정한 부분이다.

Q. 감독 코멘터리가 꼭 필요할 정도로 치밀한 디테일 설정이 곳곳에 배치된 영화다. 그러다 보니 연출 작업 과정이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특히 클리셰를 파괴하고 예측을 벗어나는 사건과 캐릭터를 담은 시나리오는 정말 신선하다. 이런 아이디어는 다 어디서 얻는 것인가?

시나리오 쓰다 보면 그냥 나온다. (웃음). 언론 기사 도움을 많이 받는다. 찾아보면 영화보다 현실이 더 무섭다. 정말 사람이 무섭다. 드라마틱한 일들이 너무 많다. 오히려 그런 현실을 순화해서 시나리오에 녹이려고 하는 편이다.

Q. 당연히 이렇게 가겠지 했던 캐릭터 서사가 완전히 예측을 뒤엎기도 한다. 의외의 전개로 놀라움을 주는데 시원하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캐릭터 구상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작은 역할의 캐릭터들까지도 모두 전사를 하나하나 다 만들어 놨다. 예를 들어 형사 18명이 나오는데 2명은 외사과 소속이고 나머지 인원은 범죄자 본적지 주소에서 차출된 강력반 형사들이며 그들의 삶도 다 설정해놨다. 그러다 보니 프리퀄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배우분들도 그런 설정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 상태에서 어떤 걸 쓸 것이냐 어떤 요소를 가져올 것이냐 하며 조각을 맞춰나간다. 드라마라면 캐릭터에 대해 더 길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테지만, 영화로 만들다 보니 포인트를 하나씩 주는 선에서 연출했다. 

‘늑대사냥’은 하이퍼리얼리티 영화다. 뭔가 합이 있거나 더 하려 하면 전형적인 영화가 될 것만 같았다. 갑작스러운 사건, 절대적인 힘 차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포인트를 줬다. 아무리 UFC 선수라고 해도 극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그런 부분들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하>편에서 인터뷰 내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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