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장세규] 올 여름, 찜통더위 속에서도 에어컨 한번 시원하게 틀어놓지 못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었다. 참다못한 국민들이 아우성을 쳤고, 이에 국회와 정부도 모르쇠로 일관하다 여론에 밀려 요금개편을 약속했다.

이번에도 다시 시원한 바람이 불면 슬그머니 지나갈 줄 알았는데 다행히 해 넘어가기 전에 정부가 개편안을 확정해 내놓았다. 개편안은 이달 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관계부처 협의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13일 최종 인가한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 약관변경안의 골자는 현행 6단계 누진구간을 3단계로, 최고와 최저 단계의 요금차이도 11.7배에서 3배로 줄인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요금부담이 늘어나는 가구 없이, 가구당 연평균 11.6%의 전기요금인하 효과가 생긴다. 월 350㎾h의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의 경우 요금이 6만2,910원에서 5만5,080원으로 7,830원 줄어든다.

전기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여름철과 겨울철에는 인하폭이 14.9%로 커진다. 에어컨과 난방으로 전력사용량이 600㎾까지 늘어나면 지금은 21만7,350원을 냈지만, 앞으로는 13만6,050원만 내면 된다. 여름철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이상 틀어 전력사용량이 800킬로와트(㎾h)를 쓸 경우에는 현재 38만8,690원에서 19만9,860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이번 개편안에는 사회적 배려계층 할인혜택 확대와 찜통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초ㆍ중ㆍ고교의 전기요금인하도 포함시켰다.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제공되는 할인금액을 월 8,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늘렸고, 3자녀 이상이나 5인 이상 대가족에게는 월 1만6,000원 한도에서 30% 할인혜택을 준다. 출산가구 역시 1년 동안 같은 혜택을 받는다. 전국 1만2,000여개 초ㆍ중ㆍ고교의 전기요금도 누진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본요금 계산방식을 연중 최대 피크치를 매월 적용하던 것에서 당월 피크치를 당월 요금에 적용하는 식으로 전환해연평균 20% 내린다. 여기에 여름과 겨울 할인율도 15%에서 50%로 확대한다. 이에 따르면 학교당 연평균 4,043만원이던 전기요금이 3,241만원으로 내려간다. 현재 교육용 전기요금에서 기본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했다. 이번 개편으로 주택용은 1조2,000억원, 교육용은 1,000억원의 부담이 줄어든다. 대대신 한전은 연간 1조원 안팎의 수입이 감소하지만, 자체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 사실상의 전력요금 인하에 따라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올해 8,518만㎾)보다 0.8%(68만㎾)의 전기사용량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지만 주택용 절전할인제도와 ‘슈퍼유저’ 제도를 도입해 절약을 유도한다. 절전할인은 당월 사용량을 이번 두 해의 같은 달과 비교해 20% 이상 줄인 가구에 대해 당월 요금의 10%(7~8, 12~2월은 15%)를 할인해주는 제도이다. 반대로 한 달 전력사용량이 1,000㎾h를 초과한 슈퍼유저에게는 7,8월과 12~2월에 기존 6단계 누진제의 최고 요율(709.5원/㎾h)을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이다.

이번 개편안으로 국민들은 당장 올 겨울부터 난방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이 조금 가벼워진 것을 사실이지만, 그 폭이 겨우 10%대 수준이어서 환경과 생활패턴의 변화로 갈수록 전기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

더구나 전기사용량이 늘어날 경우 절전유도와 적자를 구실로 한전이 요금을 올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 이번 개편안에 대해서도 일부 국민들은 비판적이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전기사용량이 많은 고소득층, 가정용에 비해 요금이 싼 산업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정이 없는 것도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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