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1 최근 우리은행이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전세계약 분쟁에 휘말려 논란이다. 우리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한 임차인이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해 2년 더 거주하려는 과정에서 집주인인 임대인에게 은행이 대출 연장 안내를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은행은 임대인과 임차인 양 당사자의 분쟁이고, 전세대출 상품이 서울보증보험과 주택금융공사 등의 보증부 대출이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들 기관을 통해 대위변제를 받으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대출 계약엔 질권설정이 돼있다.

#2 하나은행을 통해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A씨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60대 여성 임대인 B씨. B씨는 지인으로부터 질권설정에 대한 분쟁이 늘고 있다는 이야길 듣게 됐다. 질권설정이 돼있을 경우 전세계약 종료 시 임차인이 아닌 자신이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직접 변제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하나은행에 대출계약사항과 추후 변제의무가 없다는 확인서 교부를 요구했지만 내부 표준양식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오롯이 자신들의 구두 안내 사항을 믿고 맡기라는 식의 답변만 전달 받았다. 질권설정이 돼있지 않은 전세대출 계약이라는 구두 설명은 들었지만 B씨 입장에선 여전히 불안감을 감출수가 없다.  

◆ 질권설정, 통지의무는 은행에 있다  

일반적으로 집주인, 즉 임대인은 계약이 만료되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에 질권(담보물)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엔 질권설정액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아닌 대출을 내준 은행에 상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은행은 전세대출 상품의 보증기관인 서울보증보험이나 주택금융공사에 대위변제를 요구하고 임대인은 이들 기관으로부터 구상권 청구 소송을 당할 위험에 빠진다.

이러한 사정이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과할 정도로 은행은 자신들이 변제받을 대출금 성격에 대해 임차인을 비롯한 임대인에게 통지할 의무가 있다.

◆ 은행, 이자이익에 매몰된 이익집단?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라는 민법조항이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지 않도록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상 대원칙이다.

작년 말 시행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 보호법)’에도 신의성실의무에 관한 내용이 적시돼 있다. 금융기관이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권리의 행사 및 의무 이행에 있어 신의칙을 준수하도록 강제한다. 소비자 이익을 해치면서 본인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신의칙과 관련한 직접적인 벌칙 조항은 없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세부항목으로 ‘설명의무’와 ‘계약 서류의 제공의무’ 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은행들의 영업에 주의의무가 필요충분조건으로 따라 붙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함에도 해당 사례를 보면, 우리은행은 단순히 임대인과 임차인 양 당사자 간의 분쟁으로 치부했다. 대출기간 등의 연장에 따라 질권설정의 효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성 안내를 이행했어야 한다. 우리은행 측의 안일한 대응에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금융소외계층을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상은 60대 고령층 여성의 확인서 교부 요청에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양식이 없기에 구두로만 믿어 달라는 답변뿐이다.

◆ 스스로 신뢰를 잃어가는 우리·하나은행

우리와 하나은행의 사례 본질에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이 최근 5년간 굵직한 비위사건(?)을 일으키며 신뢰를 잃어버린 데 따른 것이 크다. 

우리은행은 전세 대출 연장에 대해 임대인에게 통지하지 않아 쓸데없이 분쟁에 휘말렸으며, 하나은행의 사례는 구두 통지를 믿지 못하는 임대인의 확인서 교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 절차상 요식행위를 통해 타당하게 업무를 진행했지만 스스로 불미스러운 일들을 벌이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원금손실 가능성이 큰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erivatives Linked Fund, 이하 ‘DLF’)를 치매노인에게 판매해 사회적 공분을 사고도 금융감독원이 내린 문책경고(취업제한) 처분에 불복해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수장들은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700억대 횡령사건을 일으키고도 개인의 일탈로만 몰아가는 우리은행은 또 어떤가. 하나금융의 현재 회장 직무를 수행하는 CEO(최고경영자)의 경우 채용비리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소속직원들에게 ‘선처탄원서’를 쓰도록 요구한 사실도 있다. 특히 하나금융은 직전 회장의 마지막 연임을 위한 인선과정에서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외부 인사를 본인 동의 없이 ‘숏리스트’에 올리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마디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갈수록 재미난 사건들을 언제까지 목격해야 하는가. 신뢰는 잃기는 쉽지만 얻기는 어렵다. 이렇게 간단한 명제도 증명하지 못한다면, 두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오해할 것이다. 이자장사에만 혈안(血眼)이 돼있는 것이라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과 유수(有數)의 해외 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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