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이랜드그룹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이랜드그룹
환경·사회·지배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는 기업의 생존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수 코스가 됐다. 특히 기후변화는 국제적 민감도가 높은 만큼 기업이 브랜드의 신뢰와 사업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한다. 갈수록 ESG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20년 10월부터 기업 뿐 아니라 정부기관, 공기업들도 ESG 경영에 본격 나서며 실천에 힘쓰고 있다. 각 기업의 ESG 경영 추진 성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SR타임스는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주요 기업들의 현재 상황과 올해 계획 등을 기획 취재해 게재한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이랜드그룹이 ESG 경영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스크포스(TF)로 운영하던 ESG 조직을 패션사업부 소속 팀으로 배치하고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 내년 상반기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속가능보고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앞서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지난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3040세대를 대표자리에 앉히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박 회장이 '젊은 이랜드'로 난국을 헤쳐나간다는 뜻을 사내에 여러 차례 밝힌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그룹 매출의 37%(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유통사업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 대표에 1981년생 안영훈 이사를 선임한 데 이어, 애슐리 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 대표에는 1982년생 황성윤 이사를 발탁했다. 박 회장은 2019년 말 정기 인사에서도 당시 40세이던 최운식 대표(상무)와 38세 윤성대 대표(상무)를 각각 이랜드월드와 이랜드파크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한 바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경영자 세대교체를 끝내고 혁신경영 방침으로 정한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랜드그룹은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를 중심으로 전사 ESG 경영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1월 28일 5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의결을 거쳐 ESG 위원회를 설립했다. ESG 위원회에는 위원장 최형욱 부사장(CSO)과 이윤주 전무(CFO), 최운식 대표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ESG경영의 대대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이랜드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셈이다. 

▲이랜드그룹 운영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속가능패션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까지 데님 라인 전체를 친환경 소재로 생산한다. ⓒ이랜드그룹 
▲이랜드그룹 운영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속가능패션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까지 데님 라인 전체를 친환경 소재로 생산한다. ⓒ이랜드그룹 

◆ 패션 중심 '친환경 사업' 대대적 강화 

이랜드그룹은 친환경 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랜드그룹 운영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속가능패션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까지 데님 라인 전체를 친환경 소재로 생산한다. 

수량으로는 대략 100만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랜드 스파오는 지난 2019년 생산,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가 한 팀인 친환경 전담 조직을 세우고 국내 SPA 브랜드 중 최초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데님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후 상품성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현재 112개 스타일로 확장했다. 현재 전체 데님 상품 중 친환경 제품 비중은 40% 수준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친환경 소재 확보와 오존 가공, 생산 국가 환경 발전이라는 3가지 선순환 시스템이 갖춰지며 에코 데님의 비중을 늘릴 수 있었다"며 "고객에게 정직한 제품을 판매하자는 목표 아래 친환경과 상품성 모두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오의 에코 데님은 최고급 'RUC(RE-USED COTTON) 섬유'로 생산된다. RUC 섬유는 원단 직조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최고급 섬유의 부산물들을 재가공해 만든 섬유다. 스파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프리미엄 데님 원단 업체인 터키의 ISKO, KIPAS 사의 원단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스파오 에코 데님에는 목화 재배 과정에서 물과 살충제를 적게 사용하는 농법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친환경 인증 면사 '코튼 USA'가 사용된다. 

가공 과정 역시 친환경적으로 바꿨다. 스파오 에코 데님의 가공과정은 '오존공법' 소재를 사용했다. 오존공법은 환경친화적 가공 공법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지노로기아(JEANOLOGIA) 공법이다.

오존 처리를 통해 빈티지한 워싱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물과 약품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물질은 95%, 물 최대 95%, 전기 최대 40% 절약된다. 생산 국가의 환경 발전을 위한 사회 공헌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에코 데님 수익금 일부는 스파오 데님 생산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에서 식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소수민족을 위해 사용된다.

이랜드는 캠페인을 통해 폐 페트병을 활용한 섬유를 개발한 이랜드 베트남 섬유 연구개발(R&D)센터 '탕콤'의 활동을 소개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소재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탕콤은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에코-페트 원사와 목재를 원료로 만든 레이온(RAYON)을 친환경 공법으로 섬유화 한 Eco-WOOD 원사를 활용한 옷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물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 친환경 염색 공법을 제품에 응용해 폐수 발생량을 혁신적으로 줄여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섬유는 실제 이랜드그룹의 패션 사업과 맞물려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에코 데님과 더불어 오가닉 티셔츠, 에코 레더, 윤리적 패딩 충전재 등 다양한 친환경 상품으로 탄소 배출량과 물 소비량을 줄이고 있다"며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다양한 친환경 상품들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랜드그룹은 국내·외에서 사회공헌활동(CSR)을 30년째 지속하고 있다. ⓒ이랜드그룹 
▲이랜드그룹은 국내·외에서 사회공헌활동(CSR)을 30년째 지속하고 있다. ⓒ이랜드그룹 

◆ 국내외 사회공헌활동 30년째 지속

이랜드그룹은 국내·외에서 사회공헌활동(CSR)을 30년째 지속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그룹 내 이랜드복지재단을 통해 1999년부터 기업재단 최초로 ‘호텔 같은 복지관, 가족 같은 복지관’ 이라는 슬로건으로 노인복지관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전국 10개의 노인복지관을 통해 노인사회참여, 건강관리, 저소득 노인지원, 문화교육, 전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취업알선과 자원봉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노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고, 적절한 돌봄과 건강문제 예방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업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비영리단체 지식경영 및 영리조직의 경영도구 BSC(Balanced Score Cad)지표를 복지관에 맞게 운용해 재무, 고객, 프로세스, 학습 및 성장강점에서 성과관리를 하고 있다.

이랜드재단은 물품바우처 지점을 17개에서 연내 30개로 확대했다. 이랜드재단은 자사 상품을 비영리단체(NGO)에 기증하고, NGO가 지역 내 취약계층에 매월 5만원의 바우처를 발행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랜드재단은 전국 18개 지자체와 협력해 물품바우처 대상자를 발굴하고, 굿윌스토어 송파점을 비롯하여 17개 매장을 바우처 지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취약계층 250가구에 물품바우처를 지원했으며 규모는 연간 1억8,000만원 상당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과 폭염 및 재해로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이중고까지 더해졌다"며 "생필품 구매가 부담되는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에게 경제적, 정서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랜드그룹은 정부나 민간단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위기가정 속 홀로서기 어려운 이웃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NPO에 포괄적 지원을 통해 기관의 자립을 돕고 상생 협력사로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랜드그룹은 질병이나 사망, 사고, 화재 등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지원의 사각지대 가정에 치료비, 주거비·생계비·교육비를 지원해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회사 측은 "소외된 이웃에 대한 효과적이고 공정한 지원을 위해 전국 거점지역의 협력간사들이 발로 직접 뛰고 있다"며 "사회복지학과 교수, 의사, 사회복지현장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위원을 위촉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랜드그룹은 해외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일례로 중국에서 이랜드는 순수익의 10%를 중국사회공헌을 위해 사용한다. 중국빈곤 청소년 교육지원 사업을 대표사업으로, 중국사업 초기부터 장애인 의수족지원, 재난지역 긴급구호,직원 복지시설 봉사와 직원 헌혈 등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스리랑카·베트남·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환경개선사업, 장학사업, 빈곤가정지원사업, 자원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함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법인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고용을 창출하고, 빈곤층 중고등학생 및 우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호치민시와 각 공장 인근의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어려운 환경의 학생 600여명에게 매년 학비를 지원해 오고 있다.

이랜드 그룹 관계자는 "지역사회의 소외된 위기가정을 발굴해 주거생계비·장학금 등 학생들이 꿈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이랜드 사옥. ⓒ이랜드그룹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이랜드 사옥. ⓒ이랜드그룹 

◆ "사업부별 ESG 경영 실행 돌입"

ESG 경영 토대 구축 또한 한창이다. 이랜드그룹 ESG 위원회 회의는 올해 3월 23일과 6월 29일 등 두 차례 개최됐다. 

업계에 따르면 3월 안건의 경우 외부 업체를 선정해 ESG 컨설팅을 받는다는 내용의 큰 틀의 합의가 있었고, 6월에는 위원회를 통해 업체 한곳을 선정해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4월에는 ESG 외부 컨설팅 기업 MYSC를 선임하고 '이랜드 ESG TF'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ESG 경영 방향성, 의사결정 체계를 도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ESG TF'는 올해 패션사업부 내에 ESG팀으로 조직됐다. ESG팀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등의 프로젝트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그룹 본사 차원에서 ESG 관련 큰 줄기를 살펴봤다면 올해는 사업부별로 구체적인 실행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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