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권 충청 총괄본부장
▲서중권 충청 총괄본부장

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단체장이 들어서면 일정기간 우호적 관계를 갖는다. ‘허니문’이다. 물론 새 정권의 눈치를 본다거나 예뻐서가 아니다.

민심이 반영된 지지 정책들을 실천할 수 있는 조직변화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민심 선택의 존중과 권리 등을 최대한 보장해주자는 의미다. 6개월 정도를 기다려주는 아량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언론의 인심이 많이 변하면서 ’허니문‘의 향수는 사라지고 있다. 특히 여론을 대표하는 성급한 여론조사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여론조사를 하는 이유는 민심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여론을 제대로 보기는 커녕, 전체 민심을 대표할 수 없는 편향된 조사결과가 발표될 경우 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 취임한 지 고작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제대로 된 직무수행 평가가 조사될 수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7월 25일부터 8월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8500명(17개 시·도별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는 취임 한 달간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의 경우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직무수행을 잘한다’는 긍정 평가에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50.6%로 10위, 김영환 충북지사가 49.8%로 11위로 중위권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대전시장과 세종시장의 성적표는 더 하위권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44.4%로 15위에 그쳤고, 최민호 세종시장은 42.2%의 지지율이다. 취임 한 달도 안 된 충청권 시도지사들의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는 평가다.

이는 부지불식간에 그 여론조사 수치가 마치 전부나 사실인 양 비춰질 수 있다.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는 자칫 그릇된 ‘프레임’을 형성할 수 있다. 취임 후 한 달, 직무평가를 논한다는 자체가 상식 밖이다.

단체장 가운데 최하위에 머무른 최민호 세종시장의 경우를 살펴보자. 세종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응답률이 5,4%다. 고작 수십여명이 답한 것에 불과한 여론이다.

세종시는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민선 2∼3기 8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약세(勢)의 국민의힘 집권은 기적으로 불릴 만큼 반전을 이룬 지역이다.

지난 8년 동안 철옹성을 쌓았던 이춘희 전 시장의 정실·코드인사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시 산하기관장은 물론, 국장급을 비롯해 서기관 등 간부급 대부분 전 시장의 인맥들로 가득하다. 2000명이 넘는 직원조차 제대로 파악됐을지 궁금하다. 시 내부 조직이나 행정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시간조차 부족하다는 것이 상식적 판단이다.

또 직무수행 평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손꼽은 ‘경제 활성화’를 짚어보자. 지난 8년 동안 변변한 기업 하나 유치한 실적이 없다. 상가 공실률은 전국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따라서 ‘유령도시’, ‘부동산투기 도시’ 등 어느 사이 ‘명품 세종’의 위상은 사라진 도시가 됐다.

심각한 것은 ‘재정 곳간’이 빚더미다. 지난해 채무는 3,731억 원에서 올해 4,450억 원의 빚더미에 오를 전망이다. 이는 한 해 평균 900억 원대의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세수입은 턱없이 줄어들고 씀씀이는 커진 데 따른 불합리 현상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최 시장 취임 후 윤석열 정부의 ‘행정수도 세종’,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 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물었던 대기업의 투자도 이끌었고, 투자계획도 늘어나는 등 잇단 낭보가 날아들고 있다.

채무 가운데 비싼 이자를 물어야 했던 농협 차입금 300억 원도 상환한다. 점차 빚을 줄여나가겠다는 중·장기계획도 마련했다. 정부가 전액 삭감했던 지역화폐 ‘여민전’은 캐시백 지원비 46억 원을 반영해 민생경제 활성화를 유도했다.

이와 함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3중 규제 해제와 세종시 당해 지역 우선 공급 비율 확대 등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다. 취임 이후 최 시장의 바쁜 일정은 ‘쓰러질 만큼 힘들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실상은 ‘목민관’으로서의 손색없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여론조사를 빌미로 여론을 왜곡하고, 이를 확대 부정적 이미지를 부풀려 악용하려 한다는 불신을 지울 수 없다.

한 달 취임 직무평가를 묻는 여론조사기관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40만 인구 가운데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그것도 고작 5%대의 저조한 응답률. 세종시민의 여론을 대신한 결과로 인용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취임 한 달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인가, 여론 왜곡인가. 여론기관이 답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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