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의 서울대회. ⓒ 아모레퍼시픽
▲ 2016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의 서울대회. ⓒ 아모레퍼시픽

핑크 리본. 이따금 여자 프로골프선수들이 가슴이나 모자에 달고 나오는 여성스런 색깔의 그 리본에 아내는 무신경했다. ‘세월호’에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리본과 비슷하면서 색깔만 다른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선수들이 왜 경기 중에 그것을 달고 있는지 알지를 못했다.

그런 아내가 3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고, 머리털이 빠지는 항암치료를 하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핑크 리본’의 의미와 고마움을 알게 됐고, 어디서 구했는지 그 예쁘면서도 슬픈 ‘핑크 리본’하나가 그녀의 서랍에도 들어있다.

아내고 나도 처음에는 그 ‘핑크 리본’외국에만 있는 것인 줄 알았다. 이상하다. 분명 우리나라에도 있을 텐데. 우리나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도 낮지 않은데. 궁금증은 바로 풀렸다. 그리고 놀랐다. 한국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핑크 리본’있었구나. 아내처럼 유방암을 앓은 여성들에 대한 관심과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도움과 용기를 주는 곳이 있었구나

그 아름답고 따뜻한 핑크빛 마음을 세상에 널리 퍼뜨리고 있는 곳이 바로 ㈜아모레퍼시픽이다. 화장품 회사가 왜? 라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그러나 그 의문도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up Your Life) 란 한마디에 사라졌다. 항암치료로 머 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얼굴이 거멓게 되고, 피부가 거칠어졌을 때 아내의 모습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병에 대한 불안만큼이나 사라져가는 여성성에 대한 괴로움과 아쉬움. 아내는 틈만 나면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비춰봤고, 가발을 준비했으며, 어느 화장품으로, 어떻게 피부와 얼굴을 매만져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녀에게 이제 화장은 단순한 외모의 치장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정체성과 삶의 상징처럼 보였다. 아! 암 환자에게 화장이란 이런 것이구나.

▲ 2016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의 서울대회. ⓒ아모레퍼시픽 
▲ 2016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의 서울대회. ⓒ아모레퍼시픽 

# ‘핑크리본’의 마음

㈜아모레퍼시픽(대표이사 서경배)이 2000년 설립한 한국유방건강재단 (www.kbcf.or.kr) 이 그 이듬해 에 만든 핑크리본. 그것은 여성들의 긍정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였다. 15년 동안 52만 명이 그 리본을 달았다. 여성 암환자들은 치료로 흐트러진 얼굴에 메이크업을 하고 피부관리와 머리손질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을 통해 심적 고통과 우울증까지 극복 했다.

핑크리본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거리로 나갔다. 2001년에 시작해 열여섯 해를 이어어고 있는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이 거리를 달리면서 여성들의 유방건강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27만 5천여 명이 리본을 달고 전국을 뛰었고, 29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했다. 올해에도 부산(4월), 대전(5월), 광주(6월), 대구(9월)에 이어 ‘유방건강의 달’인 10월에는 1만여명이 서울 여의도를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그들은 달리면서 자신을 사랑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아모레퍼시픽의 도움으로 유방자가검진, 유방암 상담 등을 통해 여성의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키는‘내 가슴애(愛)’를 약속했다. 그것이 곧 가족의 건강, 행복한 가정을 지키는 일이고 하기 때문이다.

핑크리본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대국민 유방건강강좌‘핑크투어’도 부지런히 다닌다. 투어는 병원만이 아니라, 유방자가검진을 필요로 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찾아간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820여 차례 여행을 했고, 21만명을 만났다. 2013년부터는 유방자가검진법, 유방건강에 좋은 레시피, 유방건강에 좋은 필라테스 등 여성 건강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겁게 체험해 볼 수 있는 ‘핑크 아카데미’까지 시작했다.

아직도‘핑크리본’을 모르는 여성들이 많다. 이들에게 리본을 달아주기 위해 앞장서는 홍보대사도 있다. 유명인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유방암을 앓았던 그래서 핑크리본의 가치를 아는 여성이면 더좋다. ‘핑크제너레이션(Pink Generation)’이 그들이다. 올해 9월에 선발한 제7기 핑크제너레이션이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서울대회에서 곳곳을 누비며 생생한 목소리와 현장모습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유했다.

소통에 음악보다 좋은 것이 또 어디 있으랴. 그래서 콜라보 음원 프로젝트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기는 직접 작사, 작곡한 곡 ‘핑크빛 미소’를 밴드 뷰티핸섬의 싱글앨범 수록곡으로 선보였다. 올해에도 싱어송라이터 정준일의 참여 음원이 나온다. 물론 수익금 중 일부는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되어 저소득층 유방암 환우의 수술치료비 등 유방건강 사업에 보탠다.

▲ 2016년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 아모레퍼시픽
▲ 2016년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 아모레퍼시픽

 

#‘당신의 삶을 아름답게’

아내의 화장은 이전과 달라졌다. 여성 암환우로서 건강을 지키면서 아름다움을 가꾸려는 화장이 필요했다. 그것이‘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up Your Life)’가 아닐까.

이 ‘진정한 미의 전도사’로 나선 사람들이 아모레 카운셀러와 교육 강사들이다. 지난해까지 본 캠페인에는 1만여명의 여성 암환자들을 3300여명의 봉사자들이 찾아가 만났다. 올해에도 전국 35개 병원에서 방사선 또는 항암치료 중인 1500여 명이 ‘메이크업 마이 라이프’에 참가했다.

캠페인 현장에서는 표정 컨설팅 자가 피부 체크법 나에게 잘 맞는 색상 선택법 등 일상 속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만한 뷰티 노하우를 배우는 그들에게서 여성의 본질인 아름다움에 대한 소망을 본다. 암을 경험한 강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전하는 투병 경험과 질병 극복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그들에게서 삶의 희망을 본다.

어디 한국뿐이랴. 중국과 베트남에도 핑크리본과‘메이크업 유어 라이프’를 원하는 여성들이 많다. 그래서 2011년에는 중국(현지 캠페인명은 妆典生命 ·장전생명), 지난해에는 베트남까지 달려갔고, 그곳에서 1만1000명을 만났다.

올해 5월에도 베트남 하노이에서 15명의 자원봉사자가 항암치료를 거치며 어둡고 건조해진 피부, 급작스럽게 생긴 탈모 등으로 고민하는 25명의 여성 유방암 환자 들에게 일상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메이크업 및 피부 관리 노하우를 알려 주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여성유방암 환자라고 그 아름다움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아내는 어디서든 핑크리본이 보이면, 그것을 달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생면부지라도 반갑게 인사하고, 진심으로 건강을 걱정하고,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작은 핑크 리본 하나. 그것이 누군가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만, 또 누군가 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의미’ 와 ‘힘’ 과 ‘위로’ 가 된다. 지금 나에게는 당장 아무 의미 없지만, 어느 날 애틋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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