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8대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특위 간사들은 21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8대 그룹 총수는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날 각각 면담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그리고 이들과 다른 날 박 대통령을 독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검찰의 발표로 한층 분명해 졌듯이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는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뿐 아니라 대통령마저 ‘공모관계’로 얽힌 미증유의 악성 비리 스캔들이다. 기업들로부터 단기간에 800억 원에 가까운 기금을 강제로 모금해 운영했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까지 연루돼 사상 초유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할 형편이니 그야말로 총체적인 정경유착 게이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많은 출연금을 낸 것으로 알려진 삼성은 일개 사인(私人)에 불과한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의 말 구입 등 명목으로 35억여 원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국민으로서는 삼성이 모종의 청탁과 함께 자금을 지원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검찰은 정녕 비리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실상을 알고도 자기들보다 ‘더 큰 권력’이 무서워 입을 열지 못하는 것인가. 이번 국정조사는 그런 맥락에서도 더욱 무거운 의미를 지닌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간에 어떤 정책적 특혜가 이뤄졌는지 검은 커넥션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로 말미암아 피땀으로 일궈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가의 공적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됐다. 컨트롤 타워를 잃은 우리 경제는 정책적 지속가능성을 상실한 채 빈사지경이다. 미국 트럼프발(發) 리스크는 가히 ‘퍼펙트 스톰’으로 다가온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우리 경제를 견인해온 조선과 해운, 철강, 석유, 화학 등 주력 산업이 줄줄이 무너져 대량 실업사태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고, 기업 역시 총수들이 검찰에 불려간 데 이어 국정조사 난장에서 ‘곤혹’을 치러야 할 판이니 당장의 투자 계획이나 온전히 세울 수 있겠는가.

 

국회는 으레 그랬듯이 대기업 총수들을 국정조사 현장에 불러 따따부따 목소리만 높이는 것으로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정경유착이다. 국회는 우리 경제의 미칠 악영향을 무릅쓰고 대기업 총수들을 부르는 만큼 기업과 정부 최상층 권력의 더러운 ‘엉겨붙기’ 실태를 속속들이 파헤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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