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삼성화재(대표 홍원학)의 자회사인 ‘애니카 손해사정(대표 손을식)’에서 내부직원이 가담한 보험사기 사건이 드러났다. 5년간 5억원 가량을 가로챈 혐의점을 발견해 삼성화재가 지난달 말 경찰수사를 의뢰했다는 첨언(添言)도 전해졌다. 자회사인 애니카 손해사정은 자동차 사고에 따른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피해액과 배상액을 산출해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조직이다. 보험사기에 가담한 직원 역시 손해를 사정(査定)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삼성화재 애니카 손해사정의 보험사기는 단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선 위험하다. 보험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액을 사정하는 직원이 가담한 보험사기는 그 정도가 치밀하고 계획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년간 보험가입자가 청구한 사고의 손해액과 사고경위,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를 일차적으로 진단하는 일을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범죄 양상을 학습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함에도 삼성화재가 진단한 이번 사고의 원인은 개인적 일탈이다.

“회사가 피해자다. 사고예방을 위한 직원 윤리교육을 지속해왔다. 교육을 한다고 100% 사고예방을 할 수는 없다.”

손해사정을 담당한 직원이 가담한 보험사기 사건을 두고 삼성화재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내부통제를 위한 삼성화재의 갖가지 윤리교육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직원 개인의 일탈을 회사가 전부 통제하기에 어렵다고 반문하는 것이다.

무책임(無責任)의 극치(極致)다. 한 해에 수백만원씩 자동차 보험료를 납입한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을 생각한다면, 내부통제를 위한 윤리 교육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답변이 우선시 돼야한다.

선량한 보험가입자가 정당하게 청구한 보험금을 두고 보수(報酬)를 제공하는 의사가 재직하는 의료기관에 진단서 심사를 맡기는 행태를 자행하는 보험사가 보험사기를 쳤다는데 신뢰를 할 보험가입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자성(自省)해야 한다.

이번 보험사기 사건으로 삼성화재가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찰과상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보험금이 늑장 지급되든가 불완전 지급될 경우 이를 당한 삼성화재 가입자는 다르다. 특히 소송까지 제기되면 더욱 힘들어진다. 법정을 멀리해오던 피해자와 가족들에게는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기회비용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5년간 그것도 손해액을 사정하는 직원이 보험사기 수법을 자행했는데도 경찰 수사 의뢰를 하고 해고 조치만 단행하면, 삼성화재의 책임은 면책(免責)되는가. 

“회사가 피해자”라는 ‘피해자 코스프레’에도 정도(正道)가 있다. 이럴 때 하는 것이 아니다. 보험사기 액수가 적다고 변명하거나 개인 일탈로 몰아선 안된다. 경영진의 사과와 부서장급 이상 관리자에 대한 징계가 필수다. 

신뢰를 회복하고 주요 손해보험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농협손해보험·흥국화재·한화손해보험·MG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 등)와 경쟁에서 리딩 컴퍼니를 유지하기 위한 해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금융감독원에 의한 검사와 내부통제에 대한 권고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피동적(被動的) 자세는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다. 규제의 손길이 닿기 전에 스스로 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자유가 주어져 있을 때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폭우에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치솟는 지경이다. 삼성화재 주가는 부정적 이슈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