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 SR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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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부득(要領不得)이란 말이 생각난다. 요령은 원래 신체의 가장 중요한 부위인 허리와 머리를 뜻한다. 한 무제 때 실크로드를 발견하고 서역 개척에 큰 공을 세운 장건의 고사에 등장한다. 장건은 흉노족을 토벌하는 데 월지족의 힘을 빌리기 위해 서역으로 갔다. 10여년의 고생 끝에 마침내 월지족을 찾았지만 그간 사정이 크게 바뀌어 이들의 도움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사마천은 이를 두고 ‘사기’에 “끝내 사명으로 삼은 월지의 ‘요령’을 얻지 못했다”라고 적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검찰은 이 미증유의 국가추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비리 게이트의 ‘허리와 머리’로 대통령을 꼽고 짐짓 불러내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허공만 쳐다보고 있는 모양새다. 치욕스러운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를 성실히 받겠노라고 한 대통령이 이제 와서 저렇게 표변한 모습을 보이며 몽따고 있으니 이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그야말로 온몸에서 혼이 다 빠져나갈 노릇이다.

성경은 “우는 자와 함께 울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우는 자와 함께 울기는커녕 한쪽에선 여전히 온갖 공허한 수사를 늘어놓으며 징한 코웃음을 보내고 있는 형국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대통령의 국정책임을 물으며 “하야”“탄핵”을 목이 터져라 외친 100만 촛불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총리를 지냈다는 사람이 이 엄중한 시국에 “일시적 분풀이”운운하고 있는 나라이니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외계인의 말이라도 이렇게 요령부득일 수는 없을 것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 국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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