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아모레퍼시픽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아모레퍼시픽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경영주기를 매년 7월로 변경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매년 12월, 1월을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기존 업계 관행과는 다른 행보다.

경영주기는 기업 경영에서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과 생산성 등을 관리하는 주기다. 재무제표 기록을 위한 회계 기준에 따른 결산 등 기업의 회계 시점과는 결이 다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경영주기를 매년 1월 기준에서 7월 기준으로 변경했다. 매년 12월에 이뤄지는 결산을 6월에 시행하고 7월부터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등 경영체계에 변화를 준 것이다. 

일부 글로벌 기업이 경영주기를 7월로 변경하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아모레퍼시픽 측의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이처럼 경영주기를 변경한데는 화장품 사업의 성수기를 고려함과 비롯해 경영 전략 수립으로 인한 경영공백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경영주기 보다 빠르게 인사, 조직개편 등을 단행해 전열정비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먼저 화장품 사업의 성수기는 연말과 연초다. 국내외에서 연말과 연초에 외부활동이 많아지고 각종 이벤트, 행사가 몰려있다. 성탄절과 블랙프라이데이를 비롯해 중국의 광군절 등 대규모 소비가 이뤄지는 시기다.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뷰티기업 입장에서는 연말과 연초 성수기를 경영주기 중심에 두고 결산시기가 조절되는 만큼 다음 성수기를 앞두고 사업부별, 제품별 성과와 필요 전략 등을 검토하는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경영주기를 변경하면서 연말과 연초 경영 공백을 줄이고 대규모 조직개편 이후 사내 변화와 외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여기엔 코로나19와 아모레퍼시픽의 대규모 시장이었던 중국의 봉쇄령 등 예기치 못한 업황 악화를 겪었던 영향도 적지 않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뷰티업계에서 통상 연말연초가 중요한 타이밍인데 기존 1월부터 12월까지를 기준으로 인사, 조직개편이 되는 경우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때 조직을 정비하는 데 인사 적응기 등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시도로 경영주기를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 실적에 대한 공시는 분기, 연도별로 기존과 동일하게 공시되고 변경한 경영주기는 회사의 내부적인 관점에서 사업 부문별 성과 등을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경영주기를 7월로 변경한 데 맞춰 조직개편 시기도 12월에서 8월로 앞당겼다. 이달 1일자로 단행한 첫번째 인사에선 젊은 세대 임원들이 대거 발탁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최민정 이니스프리 대표이사(1978년생)와 유승철 코스비전 대표(1973년생), 이연정 에스쁘아 대표이사(1979년생), 노병권 아모레퍼시픽 데일리뷰티 유닛장(1978년생) 등이 선임됐다.

조직개편은 기존에 ‘백화점 디비전’ 부문으로 통합돼있는 백화점 채널 영업조직을 각 브랜드 산하 영업조직으로 이관했다. 국내외 면세 사업부를 합치는 한편 각 지역 영업팀을 본사 영업사업부와 통합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국내외 면세사업부 통합으로 국가간 경계가 사라진 면세 채널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영업사업부 통합으로는 고객 관점에서 영업 기능을 일원화 하고 채널 전문가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아모레퍼시픽의 인사와 조직개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일각에선 이번 정기 인사 과정에서 15년 이상 근속한 1970년대생 팀장급 인원이 팀원으로 발령됐다며 잡음이 나온다. 1970년대 초·중반 출생자들이 주축을 이루는 주요부서 팀장급 인원이 젊은 세대로 교체되면서 고연차 직원들의 내부 불만이 흘러나온다.

반면, 뷰티업계 고객 연령층과 기업 분위기가 젊고 1970년대생에서 교체된 1980년대생들도 장기근속 직원이기 때문에 지적될 부분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다. 유통업계에서 성과중심·체질개선을 위한 인사를 단행한 게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브랜드 전략을 공고히하고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에 대응하려고 1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며 “이를 통해 진정한 브랜드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변화하는 고객과 시장 환경 중심의 체질 개선을 이뤄 비전 달성을 향한 도전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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