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조인숙 기자]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가히 세계적이다. 적자를 감수하고 몇 십 년 야구, 축구, 배구, 농구팀을 전부 끌고 가는 기업은 세계 어디에서도 드물다. 이뿐인가. 각종 스포츠 종목의 협회장을 맡아 선수양성과 올림픽에서의 메달을 위해 해마다 아낌없이 뭉칫돈을 내놓는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이렇게 스포츠에 무한한 애정을,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에 기꺼이 앞장서고 있다. 그들에 의해 1981년 이 땅에 프로야구가 시작됐고, 올림픽 메달 불모지였던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줄줄이 따는 쾌거도 이루었다. 그 덕분에 국민들은 보다 재미있고 수준 높은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대한민국은 올림픽에서 세계 10위권을 자랑하는 ‘스포츠 강국’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삼성의 스포츠에 대한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야구, 배구, 축구, 농구단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 또한 아끼지 않았다. ‘일류 기업’의 걸맞은 일류 구단을 위해 삼성은 해마다 아낌없는 투자로 프로야구는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5연승의 금자탑을 쌓았고, 2011∼2014년은 통합 4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축구 역시 거액을 주고 좋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 2년 연속 정구리그 준우승을 이뤄냈고, 배구도 한때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싹쓸이해 경쟁자가 없을 정도였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후원도 이에 못지않았다. 고교시절에 선수로도 활약했던 이건희 회장의 레슬링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은 한국 레슬링을 세계 정상으로 올려놓았고, 그 성과는 올림픽에서 증명됐다. 레슬링뿐만 아니다. 육상과 빙상, 승마 등에도 매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모두 합하면 연평균 650억 원이 넘는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그렇듯 삼성의 스포츠 지원도 그룹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것이다. 이‘무형의 이익’이 결국에는 상품과 시장 확대로 이어진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처럼 오너의 특별한 관심이나 취향이 특정 종목에 대한 후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국민들에게 스포츠 향유의 기회를 넓히고, 국가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공헌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미르·K스포츠 재단의 출연과 다분히 최순실의 딸 정유라만을 위한 승마선수훈련지원은 다르다. 아무리 권력의 눈치보기를 이해한다 해도 지나치고 불온해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두 재단에 낸 돈은 204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54개사의 총 774억원 가운데 26%가 넘는다. 삼성이 최씨 모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독일의 코레스포츠(전 비덱스포츠)에 승마선수 전지훈련비 명목으로 보낸 돈도 35억원이나 된다. 그 시점이 삼성의 후계승계와 맞물려 있었다.

더구나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스포츠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적자를 들먹이며 축구, 농구, 배구, 야구단을 차례로 제일기획에 떠넘기고 구단 운영비도 대폭 삭감했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후원을 끊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였고, 테니스와 럭비 팀은 아예 해체했다.

이런 삼성이, 그것도 2010년에 이미 승마단을 해체한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자청해 2020년 도쿄 올림픽 승마 유망주 육성을 위해 지원한다고 나선 것부터 이상하다. 게다가 대한승마협회가 올림픽 승마 유망주 육성 중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요청한 지원은 거절하면서, 따로 정유라가 있는 독일의 선수전지훈련비로 거액을 냈다.

그리고 그 돈을 정유라의 말 구입에 썼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으니 한국승마의 발전이 아니라, 특정인에 대한 맞춤지원이란 의심을 사고도 남는다. 삼성이 지원한 35억원은 해체한 테니스와 럭비팀의 연간 운영비보다 많다. 왜, 이렇게 모든 스포츠로부터 멀어지려는 삼성이 승마사랑에만 매달렸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이것조차 “권력이 무서워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한 명을 위해 그동안 삼성 스포츠단을 사랑해온 수많은 팬들과 그나마 비인기종목에 대한 지원으로 국익에 도움을 준 이건희 회장에게는 무어라고 설명할 텐가. 불순한 스포츠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선수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스포츠를 망칠뿐이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