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들이 위세를 얻고, 좌우 측근들이 권세를 제멋대로 휘두른다면 이는 군주가 힘을 잃은 것이며, 군주가 힘을 잃고도 나라를 보존할 수 있는 자는 천명 가운데 한사람도 없다.”

전국시대 한비자(韓非子)의 말이다. 법치로 세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그는 왕과 측근, 그리고 그들 주변에서 기생하는 무리들의 부패와 타락이 가져올 나라의 어지러움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그가 말한 ‘망징’(亡徵·나라를 망하게 하는 징후)’은 47가지. 그 중 한 두 개라도 가지고 있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는 과연 몇 개일까.

임금이 때와 날을 받아 귀신을 섬기며 복서(점술)을 믿고 제사를 지내는 일을 좋아하고, 나라의 관직이 몇 사람의 수중에 장악되고 벼슬과 봉록을 돈으로 살 수 있고, 왕이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나라는 혼란스러운데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총애하는 신하나 농간하는 측근의 지모를 써서 조정 안팎의 원망과 슬픔이 가득한데도 이제 전혀 아랑곳 하지않고 거듭 불법을 저지르고.

대강 훑어봐도 수두룩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백성의 분노와 원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도 어떻게든 권좌에 눌러 있어보겠다는 건 뭔가.  ‘망징’에서  ‘망’으로 가도 좋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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