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지난 5월 에쓰오일(S-OIL) 울산 온산공장의 보수공사 과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하청업체 직원 1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9명이 화상 등의 중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알킬레이트 추출 공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측할 뿐, 이 사고에 대한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일각에선 안전절차를 준수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에쓰오일은 이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ESG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관한 '2021년 ESG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최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 요구와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선언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발빠르게 ESG경영 전환을 꾀하고 있다. 

긍정적인 것은 우왕좌왕하던 1~2년 전과는 달리 요즘 기업들은 ESG위원회 설립 등 좀 더 구체화하고 한 단계 발전된 체계를 갖춰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 보완점이 많다.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앞서 에쓰오일 사례에서 보듯 아직도 보여주기 식 ESG경영에 머무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6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어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서는 각각 AA등급, A등급을 받았다. 내부통제는 허술하기만 했고 외부감시 제도는 유명무실 하지만 ESG경영 등급은 최상위였다. 

평가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대게 이런 굵직한 사고를 일으킨 기업들은 ESG 등급이 한참 떨어져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 평가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는 게 상식이다.

안전사고가 터져도, 한 직원이 몇백억원의 횡령을 해도, 그 기업의 ESG 등급이 높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만 봐도 답이 나온다. 마치 정답을 정해놓은 듯 기업마다 대응하는 매뉴얼이 거의 똑같은 수준이다. “우리 기업은 이렇게 노력한다"는 보여주기 식만 나열했을 뿐, 온실가스 배출은 얼마나 줄였고, 사회공헌 활동으로 인해 비용적인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냈는지에 대한 결과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보여주기식 결과는 기업 구성원들도 한 몫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외적으로만 ESG경영을 홍보할 뿐, 이를 체감하고 책임져야 할 실무진들은 ESG경영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직원은 "사실 ESG에 대한 실무를 어떻게 하라는 지침은 거의 받지 못했다"며 "ESG위원회를 설치해 ESG경영을 한다고 하는데, 근무형태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까지도 ESG경영은 처음보다 좀 더 나아졌을 뿐, 아직도 보여주기 식에 그치고 있다.

예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수치를 산출하는 방법은 주먹구구식이었다. 이 때문에 환경부와 해당기업의 온실가스 수치는 같은 배출량인데도 불구, 큰 차이를 보였다.  

당시 온실가스 배출 수치 기준 방법에 대한 질문에 환경부의 대답은 "외주에 맡겨 잘 알지 못한다", 해당기업은 "잘 모르겠다"였다. 

이에 비하면 현재 기업의 ESG경영은 그나마 체계화 됐을 뿐, 아직까지도 기준 미달인 것은 사실이다.

실제 무대를 글로벌로 넓히면 국내 기업의 ESG등급은 평균이거나 평균 이하다. 국내에서는 ESG 리더로 분류됐던 기업이 글로벌 잣대를 들이댔을 때 겨우 평균치나, 수준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들은 갑작스런 ESG경영 환경에 그간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결과적으로 구체적 실행에 돌입한 기업도 있지만, 아직까지 말만 ESG경영만 외치는 기업들이 더 많다.

ESG경영에 대한 대외적인 홍보 말고 기업 구성원의 실천이 우선돼야 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지속 가능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구성원들의 ESG경영 자각과 실천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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