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지난 6일로 100일이 넘었다. 하지만 정작 입법 목적인 ‘중대재해 예방’에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사고 사망자는 총 55명으로 지난해 1분기(49명) 보다 되레 6명 늘었다. 다만, 사망사고 건수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 1분기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42건으로 2021년(53건)보다 11건 줄었다.

반복해서 발생하는 건설공사 현장 사망사고로 건설사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도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되는 무거운 처벌수위로 인해 '중대재해법 적용 1호'가 되지 않기 위한 온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특히, 대형건설사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부재는 장기간 큰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안전관리에 각종 첨단기술, 신기술을 들여와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사고 예방에 필요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근로자들이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안전관리가 미흡한 건설사에 대한 처벌과 이에 대한 책임은 당연하지만 건설사만의 노력만으로는 사고를 막기는 쉽지 않다. 근로자의 안전의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일부 근로자들은 여전히 착용 기기가 많아지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라며 “건설사는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예기치 못한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하지만 근로자 인식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스마트 안전관리를 위해 건설현장 자체에 신기술을 도입하고 근로자 안전을 위한 보호구를 발전시키고 있지만 현재 변화가 체감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건설현장에서 일각의 잔뼈가 굵은 분들은 교육 참여를 번거로워하거나 교육을 하면 졸거나 휴대폰을 보며 교육을 잘 듣지 않아 안타깝다. 지방이나 소규모 현장에선 교육을 제대로 진행하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례로 건설공사 현장 사망사고 원인 1위인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 건설사가 추락위험이 있는 작업대에서 사용하는 추락방지용 하네스, 경보가 울리는 웨어러블 기기 등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경우 작업반경이 2~5미터 사이로 제한되다 보니 작업에 방해라고 여기거나 귀찮다고 착용을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몰래 벗어두는 경우도 더러 있다. 추락사고의 경우 작업에 자신감을 가진 숙련공의 사고 비중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는 근로자 안전인식 고취를 위한 교육을 늘리고 자발적인 작업중지권 보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대건설은 ‘H-안전지갑제도’를 통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법정 안전교육 이수, 안전 신고 및 제안을 할 경우 단말기 QR 인식을 통해 안전 포인트를 제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당근'만으로는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바꿀 수 없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건설사에서 안전은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의 가치'로 자리잡은 만큼 근로자도 안전한 작업과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안전장비가 제대로 구비됐음에도 자발적으로 미착용한 경우엔 근로자의 참여를 제한하는 등 처벌 같은 '채찍' 정책이 병행돼야 할 때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